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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 (25) 기다림의 미학 – 노덕경

(전략) 농부는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논밭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거름 주고, 물주고, 식물이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식물은 농부의 정성으로 자란다.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가 익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빠른 것을 좋아한다.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다. 생존경쟁에서 빨리 움직여야 살아남고, 남보다 앞서려는 조급함에서 기계처럼 쉬지 않고 일하고 빨리 지쳐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잠시 자신을 되돌아보며 생각하고 잘못이 있으면 수정하고 자신의 건강을 점검하고 쉬었다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낚시꾼이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시간을 보낼 줄 알아야 하듯, 기다림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따르는 하염없는 마음이다. 기다림은 오늘보다 나은 날들이 있기에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은 희망이요, 바람이다. 선인들의 말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과 함께 살기를 바란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차근차근 천천히 – 참 맞는 말이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도 이 맞고 좋은 말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인생살이다. 남보다 빠르게 남보다 더 높게 많이 받고 오르고 싶은 욕망이 인간의 뇌 구조 속에 각인되어 자기를 절제하고 통제하기가 참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만고의 진리처럼 순응하며 기다리고 서두르지 말고 쉬었다 가자고 인생 체험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조금 더디게 갈 지라도 자신의 목표와 삶의 방향이 설정되면 차근차근 전문성을 쌓아가며 전진하다 보면 어느덧 그 분야 최상의 경지에 올라 있음을 체득하노라고 천천히 말하고 있다.
합천 초계 출신의 노덕경 수필가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건축전문가로 평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 늦게 문학에 입문하였으나<2006, 수필시대>로 등단 후 왕성한 필력을 바탕으로 수필집 <물처럼 바람처럼><나뭇잎이 물들어 가듯>외 올해 <일흔의 외출>을 펴낸 중견 수필 작가이다. 현재 대구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수필사랑문학회장, 재대구합천문인협회장을 맡아 후진들과 즐거운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고향 발전을 위해 많은 의견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열렬 애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