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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26) 황강의 추억 – 이희숙

70년대 한창 더운 어느 날
황강 모래사장으로 피서를 갔다
농사일로 고단한 몸을 모래찜질로 풀었던 부모님은
군불 땐 방에서 몸 지지는 것 같다며 단잠을 주무시고
어린 나는 모래찜질은 안중에 없고 모래사장을 휘젓고 다녔다

은사시나무와 버드나무가 있는 강 언덕에 돗자리를 깔고
김밥 사이다 수박을 참 맛나게도 먹었다
모래찜질 후에 먹는 아이스께끼는 달았고
가족들의 얼굴엔 선물 같은 하루가 피었다
바람 부는 방향 따라 은사시나무 흔들릴 때면
절로 따라 움직였던 내 얼굴에도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부모님이 떠나고 없는 종갓집 마루에 앉아
황강 모래사장으로 나들이 갔던 어느 여름날로 돌아가
추억 굽기를 한다
합천다목적댐이 생긴 후 모래찜질하는 사람도 없고
바람 부는 방향 따라
은사시나무속으로 뛰어들던 어린 나도 없지만
그리운 추억은 늙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 환하게 반긴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

합천인(陜川人)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단어가 황강(黃江)이다. 황강은 합천인의 젖줄이요, 생명이며 추억이다. 그래서 합천신문에 연재되는 출향 문인 작품도 <황강은 흐른다>는 제호로 진행 중이다.
합천 외곡에서 태어난 이희숙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은모랫벌 황강 가에서 모래찜질하고 은사시나무 사이로 달리던 추억이 새삼스럽다. 달리는 소녀의 얼굴은 벌써 개망초 계란꽃처럼 환하게 반짝거린다. 나이 든 지금 다시 찾은 황강은 옛 모습이 너무 변해서 낯설기도 하지만 어릴 적 추억은 그대로 강물에 녹아 흐른다.
이희숙 작가는 2002년 <문예사조>로 등단 후 대구문인협회, 대전 글벗문학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작품집 <바람결에 감추고 꽃잎에 묻어두고, 2024>를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