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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암울했던 2025년 봄을 보내며 – 권해조 논설위원

너무나 암울하고 지루했던 2025년 봄도 곧 지나간다. 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値千金)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봄밤 한 시각의 값은 천금이다.’ 즉 봄밤 놀이와 아름다운 시간이 한없이 귀하다는 뜻이다. 봄이 오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만물이 소생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여 세상도 밝고 따뜻해진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봄을 좋아한다. 그리고 봄나들이 각종 봄축제가 열리고, 봄을 찬양하는 시, 노래, 그림 문학 작품도 많다.
봄은 통상 세 가지 덕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생명(生命)이요, 둘째는 희망(希望)이요, 셋째는 환희(歡喜)이다. 봄은 땅에 씨앗을 뿌리면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나뭇가지마다 새잎이 돋고, 아름다운 꽃이 피며, 자연의 만물에 생명을 준다. 또한 봄이 오면 길목에 서면 추운 겨울의 움츠림과 부자유스러움이 말끔히 씻겨 새로운 희망을 준다. 그리고 고목처럼 메말랐던 가지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나고, 얼어붙었던 땅에서 녹색의 새 생명이 자라는 환희의 계절이다.
봄에 대한 가요(歌謠)도 많다.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봄 처녀’와 김동진 작곡 ‘봄이 오면’을 포함하여 최근에는 박시춘 작곡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가 장사익 가수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 올해의 봄은 너무나 암울하여 중국 전한(前漢) 때 왕소군(王昭君)의 시(詩) 동방규(東方叫)의 한 구절인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같지 않다. (胡地 無花草, 春來不似春)’는 시구(詩句)가 생각난다.
우선 국제적으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를 침공 후 3년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에 있는 반 이스라엘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후 아직도 중지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8일에는 미얀마의 종교와 문화의 중심지인 만달레이( Mandalay)에 강도 7.7의 강진이 발생하여 1 만여 명이 사망하였고, 지난 4월 26일에는 스페인 포르투갈에 대규모의 정전 사태가 발행했다.
무엇보다 지난 1월 1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색출, 관세 정책 등으로 증시 폭락과 더불어 전 세계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다. 특히 미. 중의 갈등은 자칫하면 새로운 현대판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역사상 가장 격렬한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양국 간의 관계 가속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핵 국가 인정 발언과 북한 자체의 초음속 중 단거리 미사일, 핵 추진잠수함 개발 등으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혼돈의 봄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까지 약 4개월간 무정부 상태였으며, 6월 3일 새 대통령 선거까지 행정기능의 마비로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손실, 외교 난국으로 국가 위신 저하 등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올봄에는 역대 최대 최악의 산불의 피해이다. 지난 3월 21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남 울주 김해에 이어,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까지 전국 43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번 산불로 약 4만 8천 헥타르 산림훼손, 80여 명의 인명피해와 7천여 시설 파괴 등 큰 피해를 주었고, 경북 의성 천년고찰 고운사(孤雲寺) 소실을 비롯하여 많은 문화재도 유실되었다. 또한 지난 3월24일 에 서울 명일동에 이어 4월에도 광명시 공사장, 부산 가야대로 횡단보도 등 전국적으로 대형 싱크홀(땅 꺼짐) 발생으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18일 SK 통신망에 악성코드로 대형 통신 재난까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근래 역사를 보면 3.15 의거,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같은 큰 사건이 봄에 일어났다. 올해 봄도 여소야대의 탄핵 정국 속에 휩싸여 온 국민이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며, 온갖 축제도 축소되고 빛을 잃은 허무한 나날이었다. 지루하고 암울했던 2025년 봄을 조속히 보내고 6월3일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희망의 대한민국 여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