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아침, 마가렛(Marguerite) 꽃밭에서 – 여류 이병철 시인
오월 숲마루재의 마가렛 꽃들이 사라진 뒤 그 아쉬움에 마가렛 꽃밭을 찾는다.
남강이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강 언저리 악양생태공원에 조성된 마가렛 꽃밭이다.
강 안개가 걷히면서 새벽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던 순백의 마가렛 꽃들이 아침햇살에 눈부시다. 순백으로 펼쳐진 그 눈부심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절로 맑아지는 것 같다.
오월의 마가렛 꽃이다. 이 꽃은 오래 핀다. 오월 한 달 이 꽃과 만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같은 국화꽃 종류 가운데 늦가을의 꽃을 구절초라고 한다면 초여름의 꽃을 이 마가렛이라 해도 좋겠다.
이 꽃들 모두 내가 특히 좋아하는 꽃들이다. 저무는 가을 찬이슬 내리는 서늘한 기온 속에서 해맑게 피어나는 그 구절초와 오월, 그 초여름 진초록 물결 속에 순백으로 눈부신 이 마가렛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오월의 하얀 이 꽃을 마가렛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 이름이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이 꽃을 셔스타 데이지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셔스타 데이지(Shasta Daisy)는 크기와 형태가 마가렛과 비슷하지만 이름엔 “데이지”가 들어가 혼동을 부른다는 설명이 있다.
내게는 이 꽃의 이름이 마가렛인지, 셔스타 데이지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이름 모두 누군가 그렇게 붙인 것이라면 내가 이 꽃을 마가렛이라고 부른다고 한들 무엇이 그리 대수겠는가. 어떤 이들은 이 꽃의 가운데가 노랗다고 해서 계란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마가렛이라는 그 이름이 왠지 좋다. 초록의 줄기 하나에 한 송이씩 하얗게 피어나는 그 모습이 마치 순진무구한 소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가렛이란 이름은 그런 이미지의 잘 어울린다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열심히 꽃을 찾아다니는 나를 보고 어떤 일들은 너무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세상에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남들 눈에 내가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가까이 하면 닮는다는 말처럼 꽃을 자주 만나고 깊게 본다면 나도 언젠가는 꽃들처럼 그리 맑고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오래되어 굳어져 버린 외양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자리 한 켠이라도 그리 맑고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오월 신록 속 저 순백의 마가렛 같은, 삼복 염천 더위 속에서도 맑고 서늘히 피어나는 처렴상정의 그 연꽃 같은, 동짓달 찬서리에도 해맑게 피어나는 그 구절초 같은, 그리고 그 겨울의 붉은 동백꽃 같은. 시린 눈바람 속에서도 피어나기를 멈추지 않던 그 아린 향기의 매화꽃 같은.
그래서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며 내가 나에게 하는 기도 가운데 ‘언제나 무한한 빛과 사랑과 함께하기를. 어디서나 환하게 꽃 피어나기를’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루미의 시 가운데 있는 ‘어디서나 만인의 연인이 되라.’는 그 시귀처럼 나도 그렇게 꽃 피어나기를 기도해 보는 것이다. 그럴 수 있기를 다시 마음 모은다.
오월의 아침, 이슬 머금고 환하게 피어있는 순백의 이 마가렛 꽃밭에 당신을 초대한다. 고마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