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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29) 탱자나무가 있는 집 – 문경자

(전략) 몇 년 전에 둘러 본 그 집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마루는 빛을 잃었고 작은 방은 자질구레한 잡동사니가 자리하고 문풍지는 너덜거렸다. 부엌에는 농기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머니의 하얀 무명치마가 까맣게 변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언젠가는 이 집도 헐리겠지. 명품이라 여겼던 탱자나무도 베어지고 없었다. 순간 가슴이 짠하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구름을 타고 흘러갔다. 베어진 자리에는 시멘트를 바르고 경운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담장도 사라지고 이제는 시골도 많이 변하였다. 철 대문이 자리하고 울타리도 쇠막대기로 만들어졌다. 쇠막대로 만든 담장은 꽃나무를 심어야 하지만 탱자나무는 세월이 흘러도 꽃이 피고 새잎이 돋고 참새가 찾아와 놀이를 하였다.
가시가 수없이 많지만 꽃잎 하나 잎 하나 다치지 않는다. 나에게 어머니는 가시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공부도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는 나에게 탱자탱자 논다고 하였다. 어머니에게 위안이 되었던 탱자나무가 있던 그 집은 추억과 행복을 주었다. 구름은 내 맘을 아는지 하늘나라 어머니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합천 율곡 출신의 문경자 수필가는 다작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합천신문에 수시로 근작을 올리면서 왕성한 필력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수필집에서 보이는 섬세한 문장 구사력과 통찰력이 가히 대가의 면모를 보여 줌에 손색이 없다.
<탱자나무가 있는 집>에는 가산을 탕진하고 친척집에 들어가 살아야했던 아픈 가정사와 함께 어린 시절, 가난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내던 어머니와 그 집의 탱자나무에 얽힌 추억담을 섬세한 필체로 풀어내고 있다. 탱자나무의 속성과 여러 에피소드들을 잔잔히 반추하는 작가의 마음은 지금도 쓰라리고 허전하다.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 살던 그 집을 다시 찾아 가보았지만 마을의 명물 탱자나무는 베어지고 없고 무심한 구름만 하늘나라 어머니께로 흐른다는 결미에서 세월의 회한을 느끼게 한다.
문경자 수필가는 <한국산문>신인상을 필두로 수필집<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집<어디 감히 여성의 개미허리를 밟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중견 작가로 현재 서울에 거주하면서 맹렬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