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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경청의 바탕 위에 핀 통합의 리더십 – 청봉 곽노연 시인·서예가·대지리 출향

갈등과 분열로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사의 급류 한가운데 서 있다. 국내외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속도는 너무도 빠르다. 국외 상황은 기후 위기, 인공지능의 부상, 그리고 국제질서의 재편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만들고 있다. 국내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국가안보 구축, 인구 절벽과 노동시장 재편,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의 갈등, 사회적 신뢰의 붕괴, 침체한 경제 등은 우리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시기에 대한민국이 살아남고 국민을 지켜내려면, 국내의 분열부터 해소해야 한다. 안에서 갈라져 있으면 나라가 무너지고 국외로부터의 도전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 ‘하나 된 힘’이 필요하다.
실망스럽지만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 ‘편 가르기’는 권력을 지키는 도구가 되었고, 진실보다 증오가 앞선다.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혐오의 정치가 국민 사이의 다리를 끊고 있다. 그 결과, 사회 전체가 피로감에 지쳐가고, 국가의 생산적 역량은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모든 명분이 오히려 국민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무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내 편’의 만족이 아닌 ‘모두의 공존’을 위한 결단이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책무는 바로 분열을 멈추고 통합의 정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지도자의 말은 사람을 움직이는 칼과 같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꿰매는 바늘이 되기도, 상처를 더 깊게 찢는 창이 되기도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적대가 아니라 공존의 언어이며, 보복이 아니라 회복의 리더십이다. 지도자는 국민이 기댈 어깨가 되어주고, 갈등을 중재하는 심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맞이한 대통령은 긍부(肯否)의 고단한 삶을 뚫고 올라온 인물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삶의 밑바닥에서 국민의 아픔을 체감한 사람이고 스스로 회한(回翰)도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포용(包容)의 리더십, 상생(相生)의 비전, 공정(公正)한 기회를 말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통합(統合)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희생과 인내, 그리고 철저한 반성과 실천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선택받은 권력은 실천으로 증명되어야 하며, 국민 통합은 말의 온도와 정책의 설계, 인사의 원칙과 운영의 방식에서 나타나야 한다. 진정한 통합은 반대편을 향한 손 내밂에서 시작된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도 있다는 생각으로 국민을 향해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이 진짜 리더의 품격이다. 역사는 늘 ‘힘센 자’가 아니라 ‘품 넓은 자’를 기억한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오직 사람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렇기에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 역량이 제 빛을 발하려면, 공정한 기회와 예측 가능한 제도,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은 과거처럼 모방과 추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지도 없는 미지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 길은 모든 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때만이 열릴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대한민국이 다음 4개의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정치의 고질적 적대 구조를 포용과 타협으로 극복해야 한다. (2)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혁신과 개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3) 국가의 거버넌스를 유연하고 장기적인 설계로 재정비해야 한다. (4)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정당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제는 대통령 혼자 해낼 수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지도자는 결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현(集賢:인재를 모음)과 경청(傾聽:상대방 말을 존중하고 잘 들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문제는 더 정교해졌다. 독단과 아집, 충성 경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의 식견, 현장의 목소리, 국민의 바람을 모으는 집단지성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느끼고, ‘노력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희망의 시작이다.
과거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되, 그것이 미래의 발목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정의는 단호하게 세우되, 그것이 새로운 분열로 번지지 않도록 절제된 정의와 성숙한 용서를 병행해야 한다. 국민은 ‘복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을 원한다.
우리는 또다시 질문을 해본다.
*대한민국은 이 혼돈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가? *지도자는 이 변화의 시대에 역사의 물줄기를 다시 틀 수 있는가? 국민은 지금 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답은 ‘분열’이 아닌 ‘통합’이다.우리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이 나라의 미래도 안전할 수 있다. 그 시작은 대통령의 선택이며, 그 완성은 국민 모두의 참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