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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 읽을 여유 | 소나무와 빗자루 _김오남

시 한편 읽을 여유 | 소나무와 빗자루 _김오남

소나무와 빗자루
김오남

학교 가는 길에 키 큰 소나무
허리에는 늘 빗자루가 대롱거렸다

어릴적엔 영락없는 귀신이었지
사 킬로 먼 학교 길, 다리 풀릴 그쯤에

소나무에 하필 그 빗자루를 달고서
밤새 귀신처럼 굿판에 흔들리던 빗자루 덜덜덜
바람까지 불면 “스으윽!”
혼비백산 줄행랑치며
숨도 못 쉬고 달렸다

알고 보니 밤새 굿을 했던 것은
바로 저 빗자루였고
소나무는 그저 빗자루 걸이였을 뿐
그 소나무는 지금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
어릴 적 그 오싹함마저
왜 이리 정겨운지


김오남 시인

*김오남
△시의전당문인협회 회원
△사상예술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