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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 (32) 여름밤 – 정영일

개구리 땅에 배 대고
개굴개굴 울던 밤
봉창으로 비친 달 하얗게 뒤집어쓰고
누나는 닳은 연필로 또박또박 일기를 썼다

흙냄새 황토방에 배 대고
누나의 발등에 손 얹은 채
잠든 동생 코 모로 눕히며
볼은 어째 이리도 이쁘노

내일이면 서울로 간다
난 돈 벌러 간다
돈 많이많이 벌어서 벌어서
내 동생 잘 키울거다

달빛이 전한 일기를 읽었는지
개구르개구르 개구리
잠들지 않고 보채기만 했던
여름밤, 먹물로 남은 여름밤.

손국복 시인의 시평|

요즘은 시골에서도 여름밤 개구리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농약 살포 등 생태 환경이 변했기도 하지만 주거지역이 확장되면서 개구리 등 풀벌레가 사는 공간이 축소되어 개구리 정겨운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고향을 농촌에 둔 도시인이라면 여름밤 새도록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작가는 어린 시절 고향 시골집을 회상하면서, 동생은 곤히 잠들고 누나는 잠든 동생의 이쁜 볼을 쓰다듬고 달빛 내린 토방에서 일기를 쓰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가난한 생활고 탈출을 위해 ‘나는 돈 벌러 서울로 간다.’는 소년 가장으로서 결연한? 각오를 하고 있다. 그 시절 우리는 가족, 형제의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 왔다.
개구리 우는 여름밤의 정겨움을 노래한 정영일 시인은 합천읍 태생으로 <문예사조>에 수필로, <문학예술>에 시로 추천 받은 다재다능한 작가로 수필집<유미에 대한 추억>, 시집<사랑보다 더 큰 말이 있을까> 등을 펴내고 이주홍 문학관장을 역임한 애향심 두터운 출향작가로 현재 부산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