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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영의 대표를 넘어 국민의 지도자가 되어라 – 곽노연

지지층을 넘어선 확장과 실용의 비전을 보여라

정치는 언제나 대중의 선택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단지 기존의 지지자만을 향한 외침이나 보임으로 만으로 얻어질 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현재의 지지층을 안심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비 지지자와 무관심한 사람을 향해서 적극이고 진실한 문을 열어야 한다. 정치는 확장의 예술이며 정치인의 지도력은 바로 그 문을 여는 기술인 것이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자기 편의 정서를 우선시함이 사실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지자로부터 즉각적이고 손쉽게 지지와 환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한 번쯤 이와 같은 전략이 오래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는 고정된 진영 논리로 설명되지 않으며 국민의 다층적인 이해관계는 단일한 이념만으로는 모을 수 없고 또한 그 폭을 확장할 수도 없다. 정치는 결국 다수의 삶을 다루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끊임없이 지지층 너머를 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치사의 중요한 전환점들을 살펴보면, 외연 확장을 시도한 지도자의 유산은 강력했고 대다수 국민이 그 유산에 감사해했다. 이들은 단지 눈앞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전략을 바꾼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지지층이 반대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옳다고 판단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가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낳은 경우도 많았다. 그것이 바로 지도력(리더십)의 본질이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울타리를 넘는 결단력, 그리고 설득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가는 정치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때다. 물론, 확장 전략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기존 지지층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고, 반대 진영은 여전히 경계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도자는 지지층의 비판에도 왜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타협과 설득의 영역이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다수를 이해시키는 정치는 가능하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고 지도자의 존재 이유이다.
확장의 리더십은 단순히 전략적인 중도 행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 다양성과 복합성을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실용에 기반한 정책 선택의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지도자가 특정 이념에 고착되기보다 현실과 유권자의 목소리에 빠르게 반응할 때, 그 정치의 결과는 더욱 넓은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국내외 정세는 갈수록 빠르고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 외교, 안보, 기술, 환경 등 복합적인 과제가 산적한 이 시대에 진영 내 결속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국제무대에서도 민감한 외교적 균형 감각이 요구되며, 국내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산, 계층 간의 갈등, 지역 불균형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 리더가 자신이 익숙한 지지층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치의 해답은 더욱 멀어진다.
진정한 리더십은 ‘편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때로는 지지층의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옳은 길이라면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시간이 지나 증명되었을 때, 그 지도자는 단지 인기 있는 정치인이 아니라 존경받는 역사의 인물로 남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지속성이다. 정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이며, 단기적인 지지율보다 장기적인 신뢰가 더 중요하다. 지지층에 안주하는 리더십은 대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기분에 휘둘리는 정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정치의 책임을 망각하게 만든다. 진정한 지도자는 단지 박수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때로는 고독한 결단을 통해 박수보다 더 값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이 행하는 언행의 본질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그 방향을 잡는 첨병이며,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멀리 보고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 지지층의 요구에만 반응하는 정치는 그 지지층이 흔들릴 때 무너지지만 국민 전체를 포용하려는 정치,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신뢰를 쌓고 더 넓은 지지를 얻게 된다.
오늘날 정치가 요구하는 리더는 진영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여야 한다. 그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비판을 감수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며 때로는 외로운 결정을 내려 할 용기가 요구된다. 정치인은 이 모든 과정을 감당하는 용기와 비전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