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39) 악견산 구절초 – 윤경선
용문사 염불소리
귀고리에 매달고 산을 오른다
봄 햇살 머금어 사박사박
꿈꾸던 푸른 시절
고된 오르막길 숨고를 새도 없이
돌 틈새를 비집고 한 발 한 발
못가겠다 더는 못가겠다
이 악산
얼키고 설킨 칡넝쿨 인연에
걸려 자빠지고 엎어지고
묵묵히 지켜보는 등치 큰 바위
내 손잡아 쉬었다 가라고 등을 내어 준다
수행 하듯 오르고 올라
내려오는 길
바위틈에 핀 구절초.
손국복 시인의 시평|
합천군 대병면에 소재한 악견산은 그 주변 허굴산, 금성산과 더불어 대병 3산으로 잘 알려진, 해발 634미터의 다소 낮은 높이에 비해 그 이름처럼 산세가 험악한 바위산이다. 산 정상에 서면 합천호의 푸른 수면이 한 눈에 들어오고 주변의 의룡산과 금성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몹시 가파르다.
시인은 구절초 피는 가을날 악견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다 칡넝쿨에 걸려 넘어지면서 겨우겨우 하산하다 바위틈에 핀 구절초를 만나면서 힘겨운 삶의 무게를 잠시라도 벗고 큰 바위에 기대어 한숨을 돌린다.
시인은 한 대상이나 사물을 예사로이 보지 않고 깊이 통찰하며 그 대상이 주는 시적 메시지에 눈과 귀와 시심을 기울인다.
농부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윤경선 시인은 합천 청덕에서 부부가 함께 마늘 양파를 크게 경작하는 대농부로서 틈틈이 시를 쓰는 친환경 자연주의 작가이다. 영남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단에 이름을 올리고 합천문협 부회장, 경남문협 한국문협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영남문학상>을 받기도 하였으며 조만간 첫시집 <논두렁 올림픽>을 상재할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순수 자연주의 시인으로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시심을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