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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플라스틱 – 문경자 수필가

양천문예 제전(백일장 사생 부문) 행사가 양천문화원 주최로 열렸다. 양천 서예가, 양천미술협회, 양천문인협회가 주관하였다. 매년 가을에 행사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몇 년을 쉬었다. 2022년 9월24일 토요일 양천공원에서 초등, 중등, 고등, 성인부가 참석하였다. 간단하게 주의 할 점을 듣고 각자 확인을 하고 미술, 백일장 글짓기에 임했다.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은 밝은 모습으로 작품을 그리고, 쓰기에 열중하였다. 성인들도 생각보다 많이 관심을 갖고 나와 뜻 깊은 날이었다.
주말이라 한편에서는 공원에나와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농구를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남자아이들은 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딸아이라 별로 집안에서 관심을 받아 본 일도 없었다. 다른 집 아버지는 딸에게도 잘 해주고, 장날이면 달달한 왕사탕도 사다 주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가 공직 생활을 할 때 빨간색 골덴 옷 한 벌을 사다 주었데 황금색의 모자가 맘에 들었다. 겨울이 되면 모자를 쓰고 초등학교 가는 길은 즐거움이었다. 지금도 그 옷을 입고 좋아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무뚝뚝하고 말은 없어도 세상 아버지의 마음은 똑 같을 것이다. 집의 기둥인 아버지는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였다. 여유를 즐기며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였다. 회사를 다니며 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쉬는 날도 있지만 일을 해야 하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자다가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힘이 들면 저렇게 숨가쁘게 잠을 자고 있는지 짐작이 갔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없는 살림살이지만 정성을 다해주었다.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키웠다. 아들이 두 명이나 되니 복이 많다며 좋아하던 남편이 생각난다. 자상하고 여자 같은 성격이라 아이들과 잘 놀아 주었다. 아이들은 아빠와 문방구에서 장난감을 사가지고 왔다. 유치원 들어 가기 전이라 비행기, 자동차, 헬리콥터 등 조립하는 것이 많았다. 아이들은 그것을 끼워 맞추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지금은 핸드폰이 있어 그렇게 장난감에 대한 애착이 덜 할 수도 있겠다. 어쩌다가 어려운 모형을 만들다가 망가지면 울면서 “엄마 이거 망가졌어요.” 하며 고쳐 달라고 했다. 아무리 끼워 맞추어도 모형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 아이는 휴일에 모처럼 낮잠을 자는 아빠에게 가서 떼를 썼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가 하는 말은 잘 들어주었다. 로봇이 거의 다 완성이 되었는데 팔을 잘 못 맞추어 부러졌다. 그 자리에 누워 뒹굴며 울기 시작하는 아이를 남편은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남편의 모습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보였다. 겨우 달래서 문방구로 데리고 갔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큰 박스를 들고 와서 아빠가 선물을 사주었다며 엄마에게 자랑을 하였다. 다시 만들기에 몰두하는 아이는 코를 훌쩍이며, 큰 비행기를 완성해 날아가는 시늉을 하였다. 아빠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 다음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지금은 아이들도 다 자라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아빠와의 추억을 들추어 이야기 하지만 마주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아빠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래도 가끔씩 아버지를 생각하며 플라스틱 액자 속 사진을 본다. 옛날 생각에 젖어 있다 보니 지금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심사위원자격으로, 다른 심사위원들과 주변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평상에 앉은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 한편에서는 서예를 하고 있었다. 공원은 푸른 소나무,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감나무 등 그들도 오늘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림이나 글이나 야외에서 하면 더 좋은 발상이 나올 수 있다. 감나무에 감이 빨갛게 익어 하나 따 먹고 싶었다. 은행은 떨어져 나름향기를 날렸다. 그 냄새가 싫어 인상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바퀴 돌면서 열중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하는 모습이 가을을 수놓았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백일장 심사를 하기 위해 ‘갈산문화예술센터’로 이동을 하였다. 준비된 자리에 앉아 참가자들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읽었다. 순수하게 써 내려간 글들을 읽을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글을 읽다 보며 재미있고 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생각을 못한 내용들을 보면서 앞으로 훌륭한 작가가 탄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등부나 고등부는 시험기간이라 참석은 저조 했지만 여기 나온 글들은 아주 수준 높은 작품들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참석자가 너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되었다. 원하는 숫자만큼 바라는 데로 나와 열심히 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성인부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살아 생전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제일 맘에 걸린다고 하였다. 지금의 내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내용이 많았다. 심사를 마치고 마무리하면서 ‘아빠와 플라스틱’에 대한 주제를 생각하며 보람된 하루였다. 나도 예전에 등단을 하기 전 구민의 한사람으로 성인 백일장에 출전을 하여 우수상을 받은 기억이 났다. 새로운 작가들이 탄생되기를 바라며 끝맺음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