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와 성묘 – 윤재호 대양면 안금리 이장 고려병원장례식장 장장
추석 한가위를 앞두고 조상 묘소에 대한 벌초와 성묘가 한창이다. 벌초는 가을기운이 완연해지는 백로 무렵부터 추석 전까지 집중적으로 하게 되는데 추석이 지나서 벌초를 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요즈음은 시간을 아끼려고 벌초와 함께 성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장례지도사 일을 하러 다니다 보면 지난 여름 수해로 합천군에도 가회면과 삼가면 쌍백면 대병면 용주면 대양면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묘지가 유실되거나 훼손된 경우가 많아 벌초객들과 성묘객들이 슬픔을 겪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벌초는 금초라고도 불린다. 금초는 무덤에 불조심하고 때맞춰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는 의미이다. 사초는 오래되거나 허물어진 무덤에 때를 입혀 잘 다듬는 일을 말한다. 벌초는 조상 묘에 무성하게 자라난 풀과 잡초를 제거하는 행사로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의례 중의 하나다. 조상을 잘 섬겨야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은 마치 민간신앙처럼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다.
후손들이 벌초를 하고 성묘를 하는 것은 조상을 섬기면서 우리의 뿌리를 되새겨 본다는 의미이다. 벌초와 성묘를 통해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각자의 뿌리와 근본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효도 사상을 몸소 체득하는 것이다. 특히 자손들이 잘 되는가의 여부는 조상을 얼마만큼 정성스레 모시는 가에 달려있다고 믿었던 까닭에 벌초와 성묘는 집안의 중요한 행사가 된다.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방치한다는 것은 곧 불효자로 치부되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집안에서는 손수 벌초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벌초할 사람이 없기에 벌초하기가 말같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도시화 및 핵가족화로 시간과 장비, 인력 부족, 고령화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벌초와 묘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벌초를 하려면 예초기를 작동해야 하지만 젊은이들은 예초기 작업에 익숙치가 않고 나이든 사람들도 예초기가 힘에 부친다.
게다가 고향을 떠나온지가 오래인데다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아서 요즘에는 돈을 주고 벌초대행을 통해 벌초를 해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벌초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민간업체들이 성업중인가 하면 산림조합과 농협에서도 벌초를 대행하고 있다.
추석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조상묘를 찾아 성묘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매장 대신 화장이 늘어나고 봉분 대신 납골당으로 모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르면 벌초와 성묘도 지나간 전통유산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장묘문화가 어떻게 바뀌든 조상을 받드는 일만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