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의 신사임당’ 심성희 시인 별세
‘합천의 신사임당’ 심성희 시인 별세

합천 지역의 문인이자 3대째 이어온 ‘길목슈퍼’(묘산면)의 안주인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심성희 시인이 지난 12월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심성희 시인은 합천군 묘산면에서 묘산 합동정류소 역할을 겸하는 ‘길목슈퍼’를 운영하며 지역의 지킴이로 통했다. 그는 컴퓨터 없이 수기로 차표를 관리하고, 가게를 찾는 이들에게 시원한 냉수를 건네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특히 가게 내부 벽면을 자신이 직접 쓴 한시와 한글 시 작품으로 채워 ‘합천의 신사임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1997년 시 전문 문예지 《한국시》를 통해 등단한 고인은 합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20여 년간 박꽃, 잡초, 낙엽 등 향토 자연을 소재로 한 시를 써왔다. 2022년에는 《합천문학》 30호의 ‘집중조명’ 작가로 선정되어 그간의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기도 했다.
고인은 문학 활동뿐만 아니라 효행으로도 지역 사회의 귀감이 되었다. 지난 2022년에는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신 공로를 인정받아 신성동우회가 주관한 제38회 대야문화제 행사에서 효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인의 빈소는 합천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2월 7일, 장지는 합천군 묘산면 도옥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남편 추헌구 씨와 아들 추수곤, 딸 추원희, 사위 이영수, 손자 이도진, 이서진 씨가 있다.
/박황규 기자
다음은 심성희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재시 <교동별곡> 중 한 편을 소개한다. 시에는 시든 꽃잎조차 버리지 못하는 시인의 여린 감성과 삶을 관조하는 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
<교동별곡 · 1 –꽃꽂이 오후>
아슬아슬한 어느 날 오후
시든 꽃잎도
내 야윈 가슴으로
버리지 못합니다.
살아온 그날 그날들이
몸부림친 삶이
들여다보입니다
바라만 보아도
세속에 살면서
때 묻지 않은 허기진 영혼이여
가슴엔 은근과 끈기로
삶의 고통 이겨 가는
환몽 같은 희열과 고독
가는 세월에 알약 하나로
안으로 안으로 메우며 달래본다
서러워 서러워도
신화처럼 그윽한 향기의 꽃가루
바람결에 조용히
나를 보며 꽃잎 접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