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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새해 초엿새 날 해돋이 – 여류 이병철 시인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지 못했다. 올해 새해 첫아침의 해맞이를 못한 것은 감기와 가족들의 만류 때문이었다.
내가 해마다 새해 첫아침에 의례처럼 해맞이를 해왔던 것은, 새해의 첫아침에 동터 오는 해를 맞이하면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자세라 여겼기 때문이다.
모든 날들이 새로운 날이듯이 모든 새해가 새롭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새해와 새날이 참으로 새롭기 위해서는 그것을 맞이하는 사람이 새로워야 한다. 새해와 새날이란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해의 첫아침에 동터 오는 첫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저 해처럼 나 또한 이 한 해를 새롭게 살고자 하는 다짐이며, 저토록 밝고 눈부신 영원한 광명의 빛으로 나 역시 밝고 맑은 존재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기원일지도 모른다.
오늘 새해 초엿새 이른 새벽, 감기 기운이 조금 가신 것 같아 모자에 목도리까지 온몸을 꼭꼭 싸매고 숲마루재를 나선다.
새벽 하늘이 환하다. 열이레 달인가, 보름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둥근 모양을 지닌 달이 서녘 하늘에 환하게 떠 있다. 새벽 기운이 청량하다. 정신이 깨어나는 것 같은, 맑고 싸한 이런 느낌이 좋다.
숲마루재에서 남녘 바다의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는 곳까지는 40분 정도면 가닿을 수 있다.
남녘 바다에도 해돋이와 해넘이를 맞이하고 배웅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내가 해돋이와 해넘이를 마주하는 이곳들은 다도해라는 이름처럼 섬들이 많아, 동해안이나 서해안처럼 가없는 수평선 너머에서 뜨고 지는 해를 맞이하거나 배웅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섬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와 그 너머로 저무는 해넘이는 그것대로 또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해돋이. 동녘 하늘의 어둠을 걷어내며 주홍빛으로 물들이던 아침 붉새가 옅어지다가, 어느 순간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솟아오르는 그 아침 해돋이는 장엄하면서도 신묘하다.
붉은 한 점처럼 솟아오른 그 해가 하루의 낮과 밤을, 밝음과 어둠을 결정하고 이 행성의 모든 생명붙이들이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저 해가 없으면 나라고 하는 이 생명 또한 존재할 수 없고, 저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의 생명 또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리라.
비록 오늘이 새해 첫아침은 아닐지라도, 오늘 맞이하는 이 해돋이를 통해, 저 밝고 눈부신 빛과 기운을 통해, 새해의 모든 날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마음 모은다.
내 안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새삼 생각한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내가 먼저 평화롭기를, 나부터 평화로울 수 있기를 다시 마음 모은다.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모두가 참으로 행복하기를.
살아 있는 것이라면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약한 것이든 강한 것이든,
길거나 크거나 또는 중간치이거나,
짧거나 미세하거나 또는 거대하거나,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멀리 살거나 가까이 살거나,
이미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고 있거나,
모든 이들이 탈 없이 잘 지내기를,
참으로 행복하기를.’

오늘 새해 첫 해맞이를 하며 내가 올린 기도문이다. (2026. 01.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