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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佑岩 강기수 수필가

거짓말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조희팔이란 인물이 벌였던 대규모 사기 사건은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했다.
3만명에게 4조 원의 사기를 쳤다는 것은 우리 같은 평범한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는 상상이 가지 않는 돈이라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그 외에도 전화 금융사기, 사이버범죄, 등이 만들어 내는 거짓말은 얼마든지 있다.
선의의 거짓말에서 남을 망하게 하는 거짓말까지 널린 게 거짓말이다.
돌이켜보면 편하라고 하는 말씀 들이 지금 와서 생각하니 거짓말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아버지는 늠름하고 담담하게 일상을 시작하는 그런 분이셨다.
자상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엉뚱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하고 보편적인 삶을 성실하게 사시는 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사신 아버지가 남긴 말씀 가운데 나이를 먹고 나서야 내가 비로소 그 진심을 헤아리게 하신 말씀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은 거짓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춥지 않다. 아프지 않다, 자기도 바쁘면서 “뭐 그리 바쁘게 설치느냐.”라고 했다.
춥지 않다는 것이 더 많이 생각난다.
콧수염에 고드름을 달고서도 춥지 않다고 했으니까.
내가 얼음을 타다가 집으로 뛰어들면서 “와 춥다, 춥다.” 하고 이불 밑으로 손발을 들이밀면 “뭐가 그리 추워서”라고 하신 말씀에 나는 어른들은 춥지 않은가 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해 한 겨울 이다.
간단한 연장을 가지고 날마다 밖으로 나가셨다. 그럴 때마다 땅 넓히는 일을 하신 것이다. 간 앞이라고 부르는 우리 논 옆의 하천부지를 논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계셨다. 하루하루의 일의 양은 한 뼘 식이나 하였을까. 그러나 그것을 일 년이 넘게 하고 난 후 모를 심을 때 보니 오십여 평의 땅이 더 넓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랑방에서 이런저런 잡담으로 소일하는 시간마다 그곳에 가서 자갈을 걸러내고 돌 자갈밭을 파고 하여서 만든 땅이었다.
기억하지 않고 싶은 일이지만 아버지는 한 손이 없었다. 그것도 오른손을 잃은 것은 6.25의 전쟁이 남긴 상처를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게 왼손으로 사셨다.
소중하게 사용하시던 오른손을 잃으시고. 그러면서 춥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셨다.
지금 같이 몸에 붙는 옷이라면 따뜻했을 것인데 그때야 핫바지 저고리로 살았으니까 얼마나 많은 바람이 옷 사이로 스며 들어갔을 것이며. 그랬기에 얼마나 추웠을까를, 이제야 거짓말인 것을 알게 된다.
나 역시도 거짓말을 많이 한다. 괜찮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는 반대쪽에서 고민하고,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고, 그러면서 살아왔다. 그땐 거짓말이란 남을 해 하지 않으면 해도 되는 말이라고 알았다.
그렇다고 남을 해 하는 말까지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쳐서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요사인 보이스 피싱을 하여 돈을 뽑아가는 사기가 극성인 모양이다.
남을 속이려고 계획하고 속이니 거기에 안 넘어갈 사람이 있겠는가?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넘어가? 사기를 당하다니” 하면서 예사로이 말하지만. 계획하고 달려든 사기꾼에게 곱게 넘어가는 것이 이상할 일이다.
그뿐인가 별의별 사기 중에서 악랄하게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거짓말은 교통사고가 낫다거나 죽어가는 위기를 이용하여 사기까지 치는 판이니, 촌노들이, 아니 어지간한 사람은 안 넘어가는 것이 이상하다 할 것이다.
계획하고 덤비는 놈에게 안 당할 사람이 있겠는가.
조심하며 주의를 기울이자.
이런 거짓말들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세상 끝날 때까지 사람과 더불어, 붙어 다닐 것으로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거짓말에 속아 살고, 슬퍼하는 사람이 생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