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스홈

수필|진달래가 만발한 봄의 기쁨 – 문경자 수필가

봄이 오니 세상이 환하게 밝았다. 화려한 꽃들의 향연은 먼저 핸드폰을 보면 더 빨리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에 글을 쓰는 것보다는 폰에 쓰는 것이 간단하고 재미있다. 하루 종일 댓글이며 답글을 써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조금만 눈을 돌려 관심을 가지며 마음의 봄도 찾고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활이 다 시시하고 폰이 알려주는 메시지가 더 마음을 뺏는다. 그 안에는 온갖 꽃들이 이름만 대면 다 나오고 진짜보다 화려하다. 화단에서 자라고 있는 진달래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내일이면 활짝 피겠지. 오가며 눈여겨보았다.
진달래는 벚꽃이나 목련보다 몸집도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분홍빛 진달래가 어느새 활짝 피었다. 나는 폰으로 10장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 카톡 방에 먼저 올렸다. 친구들은 답글을 줄줄이 써주었다. 기뻤다. 진달래가 피었다는 사실이다. 키가 큰 꽃들은 눈높이가 높아 올려다보며 눈이 부셔 아름답기는 하여도 그 사이에 피어 있는 진달래가 더 마음에 들었다. 진달래를 따먹고 자라서인지 마음속에 그 맛을 잊지 못했다. 꽃을 따먹으며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 벚꽃이 목련이 아무리 탐스럽고 온 천지에 수를 놓아도 먹을 수는 없다. 보기에만 좋을 뿐이다. 처음 본 진달래 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오른손 손가락으로 꽃을 세 개 따고 있었다. 몰래 카메라에 찍혀 망신을 당할까 봐 얼른 입안에 넣고 맛있게 먹었다. 특유의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여 기분이 좋았다. 첫 꽃잎을 먹었으니 내 얼굴에 진달래 꽃이 활짝 피어나면 좋겠다. 고향의 봄이 그립다.
카톡 방에서 재경합천군 산악회 창립 10주년 기념식 및 산신제를 지낸다는 문자를 받았다. 2024년 4월7일 (일)10시 북한산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출구 10시까지 집결해서 함께 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향우회에서 매월 산행을 하고 있지만 참석을 하지 않았다. 집안의 일이 생기면 마음은 뻔하지만 우선은 집안 일이 순조롭지 못하면 불가능했다. 그 후로 공지만 읽어 보고 말았다. 이번에는 각 읍, 면 회장을 초대한다는 문자를 다시 보내 주었다. 현재‘재경 율곡면회장’직을 맡고 있다. 17개 면 중에 여성회장은 1명뿐이었다. 고향사람들을 만나면 부모형제처럼 다정하고 반갑다. 큰맘을 먹고 참석한다는 답을 보냈다. 등산을 13년 동안 다녔는데 그때의 산행하던 때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저러나 등산복을 입어보니 어색하고 배낭을 메고 거울을 보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이튿날 등산화까지 신고 모자를 쓰고 씩씩하게 전철역으로 걸어가니 기분이 상쾌했다. 사람은 이렇게 변신도 해봐야 좋아. 우리 집에서는 그리 멀지 않아 불광역에 금방 도착했다. 서상만 산악회장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거의가 아는 사람이라 악수를 하고 나니 기쁨이 묻어났다.
산신제를 지내는 곳을 향해 가는 길은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옛날 산행할 때 힘을 발휘해 열심히 걸었다. 지나가는 곳마다 진달래가 만발하고 건너편 산에도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다. 나의 찐 팬인 여자후배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처음 본 꽃을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없었다. 산을 오르니 더 많은 꽃이 피어 우리는 너무 예쁘다며 함성을 질렀다. 다른 꽃들은 아예 없어 사랑을 독차지한 날이었다.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산악회 총무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절을 올리기 전 준비 해 온 돼지머리가 놓여있어 입에 돈봉투를 꽂았다. 산신이여 이들을 위해 지켜 주시고 산행에 안전을 빌어 주세요. 라는 말을 하는 듯했다. 돼지 얼굴도 웃었다. 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면 돌아가신 돼지 입이 하하 웃고 있을까!
돈 값을 하는 돼지를 보고 절을 올리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산신제 행사에 오랜만에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회자의 마무리 인사를 하고 산신제는 끝났다. 배가 고파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 팥 시루떡이 너무 맛있어 동이 나고 손맛이 나는 겉절이도 다 먹고, 그곳에서 고향 사람들의 안부를 물으며 막걸리 잔도 오갔다. 고향하늘을 보는 듯하고 주위의 새소리, 나무들도 축복해주었다. 먹었던 음식과 쓰레기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몇 사람들이 산행을 한다고 해서 따라갔다. 계곡물로 손을 씻은 손이 매끄러웠다. 차가운 느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고향의 물맛이 생각났다. 일행에게 부탁을 하여 제일 예쁜 진달래 나무 아래서 혼자 사진을 찍었다. 가지를 잡고 웃으며 예쁘게 찍어 달라며 하트를 날렸다.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 소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앞서 온 몇 명이 더 올라 간다며 계속걸음을 재촉하였다. 우리 일행은 예약된 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탐스러운 진달래 꽃을 보며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종각역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산에 오지 못한 분들은 이곳으로 바로 왔다. 먼저 10주년 행사를 하고, 내빈 소개와 먼저 가신 향우님들께 묵념을 올렸다. 행사가 끝나고 뷔페 음식 중 노란 호박죽을 한 그릇 먹었다. 먹는 즐거움도 좋았다. 식사는 끝나고 다음 순서는 여러 가지 게임 등 장기자랑을 했다. 희망자에 한하여 노래 신청도 받았다. 회장들에게 신청 곡을 받아 나도 끼어 있었다. 차례가 되어 김하정의 노래 사랑을 불렀다. 연주자 아저씨가 2절까지 하라는 말을 듣고 더 열심히 불렀다. 진달래꽃을 먹은 힘이 발휘되었다. 진달래가 만발한 봄의 기쁨이었다. 고향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더 멋진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와 돈을 물고 있던 돼지가 생각나서 복권이라도 한 장 사볼까!
봄에는 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재미도 있다. 혼자 보는 꽃보다는 어울려 같이 보는 순간은 서로에게 감탄을 보낸다. 금방 지나가는 한철이라 눈 깜작할 사이에 사라지면 아쉬움만 남는다. 진달래 따 먹으며 자란 산골짜기 사람들이 서울까지 와서 살고 있는 자체가 출세를 했다며 고문 한 분이 “갱자야 맞제”하여 모두 한바탕 웃었다. 아직도 산에 있는 진달래 꽃이 눈에 선하다. 꽃물이 입가에 묻을 정도로 많이 따먹어 볼 걸 하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꽃술을 따서 누가 이기나 시합도 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 간 봄날의 산신제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름도 예쁜 진달래꽃 한아름 따다 실컷 먹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