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서커스」를 관람하고 – 이호석 수필가
지난 18일 대한노인회 합천군지회 주관으로 2026년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이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필자도 합천읍 분회장으로 함께 다녀왔다. 군내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800여 명이나 되어 하루에 함께 다녀오기가 어려워 이날은 합천읍과 초계, 적중, 청덕, 덕곡면 관내 일자리 참여자 140여 명이 버스 4대를 이용하여 다녀왔고, 나머지 일자리 참여자들은 이어서 3일간에 나누어 다녀오게 되었다.
이날 일정은 사천 지역에 있는 백천사 사찰 탐방과 ‘사천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고, 오는 길에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건립된 겁외사(劫外寺)와 기념관을 둘러보고 왔다.
이날 일정 중 내가 가장 기대한 곳은 「사천 서커스」 관람이었다. 내가 10대 초,중반 때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몇 차례 관람한 서커스 공연의 추억이 아스라이 떠올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읍소재지 5일 장터의 넓은 공간에 규모가 큰 천막을 둘러쳐 놓고 제법 오랜 기간씩 서커스 공연을 하곤 했다. 당시 서커스는 외발자전거 타기 외 여러 가지 신기한 것을 많이 보았지만, 그중에도 관람객 모두를 감동케 하고 스릴이 있었던 것은 공중그네 타기였다. 그 높은 곳에서 그네를 타면서 곡예사들을 바꾸어 손을 잡곤 하였는데, 이 곡예를 할 때마다 관중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었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 곡예를 할 때는 중간 높이에 그물망을 쳐놓아 곡예사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도록 하였다.
그렇게 재미있는 서커스를 보면서도 나이 어린 곡예사들이 나오면 항상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모두 살기가 어려울 때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매를 맞아가며 그 무서운 곡예를 배운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한 번씩 추억 속의 서커스를 생각하면서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어 지금은 위험한 서커스 공연이 없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사천 서커스 공연장을 보니 서커스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천시에서 문화콘텐츠로 서커스 공연장을 운영한 것은 2017년부터라고 한다.
공연장에 입장하면서 느낀 것은 예전같이 천막이 아닌 현대 건물이라는 것과 규모도 그때보다 작은 것 같아 그 안에서 예전 같은 그런 서커스는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 들어서니 전체 조명은 약간 어두웠고, 무대 위로 몇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빙빙 돌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먼저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단원 모두가 무대 위로 사푼사푼 나와 몸풀기를 하듯 율동하며 예쁘게 인사를 했다. 곡예사는 남성 4명, 여성 11명 모두 15명이었다. 모두 외국인으로 화려한 치장을 하고 나왔는데, 나이 15세 쯤 돼 보이는 어린 단원에서부터 성인들까지 섞여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예전에 서커스를 보면서 어른들로부터 어린 곡예사들이 매를 맞아가며 훈련을 받는다는 그 얘기가 떠올라 먼저 측은한 생각부터 들었다. 외국 아이들을 어떻게 데려왔을까. 혹시 불법으로 데려온 것은 아닐까. 또 여기 와서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받았을까 하는 여러 가지 부정적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고 측은한 생각이 더했다.
무대가 열리고 1시간 10분 동안 공중 링 곡예, 원통 균형잡기, 외발자전거 타기, 통 돌리기, 발로 활쏘기, 남녀 천상 재회(비천) 등 갖가지 곡예가 펼쳐졌다. 예전처럼 내부가 그렇게 높고 넓지도 않고 곡예 종목도 그때보다 위험이 덜하면서도 볼만한 공연이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서커스 명맥을 이어오면서 옛 추억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것만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였다. 곡예가 끝나고 일부러 서커스 운영 대표자를 만나 서커스 곡예단 운영 전반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자기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이름있던 큰 서커스단을 운영해 온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지금의 단원들 다수는 몽골에서 왔고 여성 4명은 극동 러시아에서 왔다고 했다. 지금도 그 지역에는 서커스 곡예를 가르치는 예술학교가 있어 5,6세 때부터 서커스 곡예를 가르치고 있으며, 일정한 자격이 되면 희망하는 세계 여러 나라로 나간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나라들도 생활이 향상되면서 위험한 서커스 곡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어 멀지 않아 지구상에서 예전이나 지금과 같은 서커스는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경남 사천에 서커스단이 있으며, 매년 사천시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다. 서커스 곡예사들의 비자 기간이 1년씩으로 되어 있어 매년 외교부에 요청하여 승인을 받고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였다.
‘사천 스커스’관람은 내가 어릴 적에 보던 그런 감동과 스릴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하였지만, 몇십 년간 잊고 있던 소꿉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