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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남긴 잔해, ‘부덕의 소치’와 ‘지명(知命)’의 자세로 치유해야 – 이종학 합천정책포럼

6.3 지방선거의 막이 내렸다. 화려한 축제여야 할 선거는 끝이 났지만, 우리 지역 공동체에 남겨진 상흔은 깊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반목과 갈등,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고소·고발의 칼날은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합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제는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이번 선거에 나섰던 모든 후보자, 특히 당선자들에게 고전(古典)의 지혜를 빌려 한마디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싶다. 바로 ‘부덕(不德)의 소치(所致)’와 ‘지명자불원천(知命者不怨天)’의 자세다.
흔히 고전에서는 “자신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은 남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명(命)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순자(荀子)의 문장에 등장하는 이 오랜 가르침은, 모든 결과의 책임을 타인이 아닌 철저히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엄중한 자기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말은 정치인들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내뱉는 레토릭(rhetoric)이 아니다. 결과의 성패를 떠나 모든 상황의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고, 철저한 자기 성찰과 책임 인식을 통해 타인을 향한 원망을 거두라는 준엄한 교훈이다.
낙선자는 ‘내 탓’을 통해 자신을 갈고닦고, 당선자는 ‘군민’을 하늘로 받들며 정치가의 덕을 증명해야 한다.
무릇 선거에서 낙선의 원인은 오롯이 나 자신의 부덕의 소치이며, 당선의 영광은 나의 덕이 부족함에도 밤낮으로 땀 흘려준 지지자들과 운동원, 그리고 군민들의 덕을 잠시 빌려 쓴 결과일 뿐이라는 겸허한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찰이 바탕이 될 때,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들은 결과를 수용하고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대인(大人)의 풍모를 보여줄 수 있다. 남을 탓하고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으로 삼아야 우리 군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
더 큰 책임은 승자에게 있다. 당선자들은 승리의 기분에 취해 축배를 들기보다, 낙선자를 위로하고 그들을 지지했던 절반의 민심까지 끌어안는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낙선자는 경쟁자가 아니라, 앞으로 함께 민생을 돌보고 지역 발전을 이끌어갈 소중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군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표심 뒤에 숨은 목소리까지 귀 기울이는 진정한 정치가의 덕목이 지금 당선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정치는 흔히 종합 예술이나 연극에 비유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들은 이제 향후 몇 년간 합천이라는 무대를 이끌어갈 ‘연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주인공의 어깨는 무겁다.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대사를 까먹거나 연기 실수(NG)를 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연들과 밤낮으로 피땀 흘리는 스태프들에게 돌아간다. 군정도 마찬가지다. 단 한 명의 당선자가 오만함이나 무능으로 ‘정치적 NG’를 내는 순간, 우리 군의 공무원들과 평범한 군민들이 온갖 고생을 짊어지게 된다. 주인공이 중심을 잡고 잘해야만 연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 법이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상생과 사회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승자와 패자 모두가 ‘모든 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부덕의 소치’를 가슴에 새길 때, 비로소 선거 기간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당선자들이 주인공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멋진 무대를 만들어 가기를, 그리하여 갈라진 우리 군이 다시 하나로 뭉쳐 미래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