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75) 나부상(裸婦像) – 주영애
(전략) 사람이 현생을 마치고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 가면 망자의 살아생전 행적을 보기 위해 명부전 거울 앞에 세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선과 악업을 비추어보는 거울을 불교에서는 업경대라 한다. 현세의 CCTV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한 번 가면 다시 올 수 없는 그곳은 얼마나 먼 하늘의 별나라일까? 흔히 죄는 지은 대로, 공은 닦은 대로 죄지어 남 안 주고 자신의 오지랖에 무두 떨어진다고 한다.
업경대를 보면서 사랑을 배신하면 무슨 벌을 받을까? 궁금하다. 혹여 진심을 외면하고 돈 떼먹고 달아난 주모가 업경대를 보고 참회하라는 경고였을까? 그까짓 것 남자의 넓은 가슴으로 마음 편하게 눈 딱 감고 깨끗이 잊어주면 안 되는 걸까? 사랑에 메마른 한 남자의 애달픈 사연이 너무나 안타까워 돌아서는 내 가슴이 내내 먹먹하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나부상(裸婦像)은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처마 밑 네 귀퉁이에 조각되어 있는 여인상을 말한다. 대웅전 중수를 하던 도편수가 전 재산을 털어 주모에게 후일을 기약했으나 주모는 그 약속을 저버리고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도주해 버리자 화가 날대로 난 도편수는 그 여인의 벌거벗은 나신(裸身)을 조각하여 평생을 무거운 대웅전 기와를 치받들고 참회하라는 심정으로 이 나부상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작품이다.
합천 출신의 주영애 작가는 가족과 함께 강화도 명소 전등사를 여행하며 나부상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이 수필을 쓰면서 인생의 업보에 대한 사색을 하고 있다. 내가 지은 선과 업은 어떻게 평가 받을까? 내가 살아 온 인생은 진실하였으며 신의 있었고 떳떳하였던가? 자신에게 수없이 반문하면서 업경대를 마주하는 심정으로 남은 현생을 살아가자고 다짐해 본다. 작가는 일상의 평범한 사건과 관찰을 통해 삶의 본질과 지혜를 이끌어내는 철학적 깊이에 도달하고 있다.
계간 <문학산책>으로 등단 후 <안양수필문학회><의왕 여성문학회><재경 합천문학회> 등 여러 단체에서 문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집으로는 <내 자리는 왼쪽이다> 수필집으로는 <연분><고삐> 등 시와 수필 영역에서 다양하고 섬세한 작품을 선보이는 원로 중견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