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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은 흐른다(76) 바라밀 그물 놓아 – 성파(性坡)

아침 안개 일어나서 산 얼굴 분장하고
저녁놀 타래 풀어 허공에 수놓는다
바라밀 그물을 놓아 무연 중생 건져볼까.

손국복 시인의 시평|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는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性坡) 대종사가 살고 있다. 로마 병정 투구같이 생긴 영축산의 큰 정기를 받아 통도사 주지와 방장을 거쳐 대한민국 불교계의 가장 큰 어른이 되셨다. 성파 스님은 수행자로서의 본분은 물론 전통 시조, 문화 보존과 계승에 평생을 헌신한 “예술가 스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합천 야로면 출신이다. 산청 출신 해인사 백련암 성철 대종사와 함께 한국불교 대중의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나는 “전국 꽃문학 축제” 기간에 성파 대종사가 기거하는 서운암 토굴에서 한 번 친견하고 차 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첫인상은 마치 내 어릴 적 그토록 나를 아껴주던 진짜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이 포근하고 소탈한 인상을 받았다. 종정께서 직접 감물 염색한 스카프를 선물 받아 영광스럽게 목에 걸고 돌아와서 성파 대종사 시(詩) 한 편을 써서 발표하였다.
성파의 시조사랑과 전통문화 사랑은 각별하다. 서운암 장경각에 ‘16만 도자기대장경’을 봉안하여 천 년의 기록문화를 재현하였고 전통 옻칠민화와 천연염색, 야생화 가꾸기 등 문화예술을 사찰과 대중이 호흡하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문학인으로서 1980년대 초반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조작가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년 ‘전국시조백일장’을 개최하고 “성파시조문학상”을 제정하여 40년 넘게 시상하고 있는 한국 시조단의 거목이기도 하다.
위 시조 “바라밀 그물 놓아”는 스님의 대표작으로 수행자가 깨달음의 “지혜(바라밀)”를 통해 중생을 구제하려는 원력을 고기잡이 그물의 비유를 빌려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 깊이와 혜안을 가늠할 수 없다. 통도사 영축산에 걸리는 아침 안개와 저녁놀이 어우러진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시조이다.
해마다 가장 먼저 춘신을 전하는 통도사 홍매화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