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정책포럼 시론 |군민의 눈높이에서 실천하는 의정, 제10대 합천군의회에 바란다 – 이종학 합천정책포럼 이사장
7월 6일 월요일, 제10대 합천군의회가 의장단을 구성하고 군민들을 위한 본격적인 의정활동의 닻을 올렸다. 출범하는 대부분의 의회가 늘 강조하듯, 이번 10대 의회 역시 ‘주민과의 소통’과 ‘군민을 위한 의정’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화려한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천이다. 새로 출범한 10대 합천군의회가 과거의 관행을 넘어 진정으로 신뢰받는 의회로 거듭나기 위해 바라는 몇 가지 제언을 담아본다.
첫째, ‘선거 때만 인사하고 안 보인다’는 오랜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현장 소통 행보를 보여주어야 한다. 출마를 준비할 때나 선거 기간에는 그렇게 잘 들리던 주민의 목소리와 눈에 밟히던 지역사회의 문제점들이 왜 당선만 되면 희미해지는가. 이는 의원 신분이 주는 은연중의 특권과 타성 때문이다. 수십 년간 공직에 몸담은 행정공무원들이 알아서 모시고,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아도 지역 현안을 일목요연하게 보고해주니 어느새 현장과 멀어지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정제된 보고서에만 익숙해지면 날것 그대로의 민심을 들을 수 없다. 도로와 시설물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군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매일매일 군민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살피고 들어야 한다. 다음 선거를 위한 표밭 관리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일상적인 발걸음이어야 “10대 군의원들은 정말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둘째, 부단히 배우고 ‘연구하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 흔히 어떤 일을 하려면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뭘 알아야 면장(面長)이라도 한다”는 속담을 쓴다. 간혹 이 말의 어원을 논어의 구절을 빌려 담벼락을 면한다는 뜻의 ‘면장(免牆)’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민간어원에 불과하다. 실제 사전과 문헌들이 증명하듯 이 속담의 ‘면장’은 행정구역의 수장인 면장(面長)이 맞다. 과거 면장 직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한 지역의 행정을 책임지려면 남다른 행정 능력과 식견이 필수적이었던 시대상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격언이다.
가장 말단의 행정 책임자인 면장 노릇 하나를 하려 해도 본질을 꿰뚫는 지식과 역량이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군 전체의 예산을 심의하고 대형 정책을 감시하는 ‘군의원’의 무게감은 오죽하겠는가. 현장을 발로 뛰며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전문성이 없으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비회기 중에는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별도의 클래스나 연구 모임을 개설해 모두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집행부의 정책적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더 나은 대안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 개발 역량을 극대화해야만 진정한 행정 견제가 가능하다.
셋째, 선거 때 도움을 준 일부 세력이나 정당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장 행보와 연구를 통해 의원의 개인 역량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특정 소수의 의견에 함몰되지 않는다. 자칫 지역의 일부 기득권이나 친인척, 지인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정당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민의를 대변해야 할 기초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게 된다. 이는 구설수를 낳고 집행부에 대한 건강한 견제와 감시를 불가능하게 만들며, 심지어 사법적 리스크나 비리로 이어지는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깨끗한 의회의 출발점은 결국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지역 발전을 위한 보편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연구 노력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소통의 패러다임을 AI 기술을 통해 혁신해야 한다. 소통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의회 홈페이지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골라 올리는 식의 일방향적 홍보는 소통력을 떨어뜨린다. 고도로 발달한 AI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우리 지역 군의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날것 그대로 실시간에 가깝게 군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이는 이른바 ‘충주맨’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의회 내 홍보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역량 있는 청년들을 수혈해야 한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합천을 만드는 핵심은 결국 주거와 일자리다. 이처럼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거리를 의회와 지자체가 앞장서 만들어내는 것이 청년 유입의 가장 확실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다섯째, 군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오직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생각하는 자세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해야 한다.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합천군의 권력 역시 오롯이 합천군민으로부터 나온다. 제10대 합천군의회가 이 주권재민의 원칙을 가슴 깊이 새기고, 늘 낮은 자세로 군민을 섬기며 실천하는 의정을 펼쳐 주기를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대한다.
나아가 10대 의원들이 임기 내내 가슴에 새겨야 할 법적 기준이 있다. 바로 지방자치법 제44조가 규정하고 있는 엄중한 ‘의원의 의무’다. 이 법조항에 따르면 지방의원은 사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청렴과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또한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해 알선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지자체 및 소관 상임위 직무 관련 기관과의 영리 목적 거래도 엄격히 제한된다.
이러한 법적 의무는 단순한 권고 사항이 아니라 군민의 대리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정직한 의정의 마지노선이다. 의원 스스로 이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도덕적 투명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집행부에 대한 엄격한 견제와 감시도 군민의 공감대 속에서 강력한 정당성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제10대 합천군의회의 성공 열쇠는 과거의 관행적인 의정활동을 과감히 탈피하고, 법이 정한 책무 위에서 군민의 눈높이로 확실한 변화를 실천하는 데 있다. 현장 중심의 소통, 끊임없는 정책 연구, 그리고 청렴한 의무 이행과 주권재민의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합천의 도약과 군민 행복을 견인하는 역사적인 의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