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론마당(오피니언)

누가 주술에 씌었는가?

박인욱
까페토랑 나비 대표

요즘 가장 핫한 이슈는 당연 ‘최순실게이트’이다. 최순실이란 강남 졸부 아줌마가 자신과 가족의 사익을 위해 대한민국 권력의 최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정하고 국정을 농단한 것에 대해 모든 국민은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지 못 하고 있다. 원칙과 신뢰의 아이콘인 박 대통령이 몇몇 보좌진과 비선실세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국정운영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국정전횡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무개념과 배신의 정치인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박근혜’라는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계기로 근대 이후 각고의 헌신으로 줄기차게 지속되어 온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대성과를 일시에 허물어 뜨리고 말았다.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이며 오천만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무리 오래된 인연이지만 가짜 학력으로 위장하고 평범함을 넘어 탐욕스럽기까지 한 최순실이란 강남 아줌마에게 국정 문서를 검토하게 하고 지시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대해 외국 언론들은 물론 우리 국민들도 선량한 대통령이 최태민에 이어 최순실에게까지 대를 이어 무속적 주술에 씌였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하게 이르렀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주술에 씌인 것인가? 박대통령 자체가 능력과 지식이 대통령으로서의 함량 미달이 아니였던가?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박근혜’라는 사람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인가? ‘박근혜’ 라는 인물이 대한민국을 원칙과 신뢰가 통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우리는 왜 굳게 믿게 되었는가? 정치인에 대한 여론과 인물 띄우기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그러한 믿음은 단순히 ‘박근혜’라는 한 사람의 믿음에서 오롯히 투영된 것은 아니다. 만약 이같은 의문이 합당하다면 이는 ‘박정희’ 라는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2천년대 들어 저성장 국면에 빠진 대한민국은 50을 넘긴 기성세대들에겐 10%를 넘나들며 고도 경제성장하는 그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민주 절차를 무시하고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다는 것, 반공을 국시로 국민을 감시하고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공안정치를 했다는 것, 그 시대의 진정 경제 주체였던 공순이 공돌이의 피와 땀을 저임금과 노동 탄압으로 강제하였다는 것 , 정치인과 기업인 사이 특혜와 돈으로 맞바꾸는 정경유착을 저질렀다는 것등 이런 각종 부정적인 견해들을 깡끄리 차단시킨 채 70, 80년대의 국민들은 박정희 하면 산업화와 ‘한강의 기적’, 우리 백성들을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영도자, 공산주의로부터 자유국가를 지켜 줄 강한 군인, 연일 쏟아지는 대통령의 업적과 국가 미래에 대한 환상, 박정희, 육영수 두 사람의 비극적 시해 그리고 그 시대를 함께 한 젊은 날의 추억 등이 오늘날 박근혜 라는 사람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부활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그리하여 기성세대의 지지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주술이 씌인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박정희라는 주술에 씌인 것이 된다. 하지만 이 주술은 50년을 넘게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만큼 견고하다.
대한민국이 이 주술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 보다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지금은 결자해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