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오바마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

권해조
논설위원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미국 제 44대 대통령이 1월 20일 임기 8년을 마치고 퇴임한다. 그는 퇴임에 앞서 지난 10일 그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고별연설을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연설장소인 시카고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는 2만여 명의 남녀, 흑백지지자들이 모여, 오바마 대통령이 입장하자 ‘4년 더, 4년 더’라는 연호가 계속 터져 나오면서 청중들의 박수와 환호열기가 대단하였다. 약 50분간 진행된 고별사에서 지난 재임 8년을 회고하며 희망과 화합을 당부하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8년 전에 ‘담대한 희망’을 내걸고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그가 퇴임하면서 마지막 메시지는 ‘화합과 희망’이었다. 제일먼저 인종 간 상호 이해를 꺼냈다. 인종문제는 미국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며 아직도 미국사회의 갈등을 야기하는 힘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안되며 마음이 바뀌어야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했던 흑인들에게 삶이 어려워진 백인들과 사회적 연대를 촉구했다. 1960년대 노예제도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고 경제 문화 기술적 변화로 세상에 뒤쳐진 중년층 백인들도 있다며 어렵게 얻어진 흑인들의 인권의 가치도 되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끝까지 자기를 낮추고 국민을 높이면서 ‘나는 여러분(국민)으로 부터 배웠고, 여러분들이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며 국가를 이끈 힘도 이끌 역량도 모두 국민에게 있다며 국민들의 자긍심을 한없이 끌어올렸다.
그가 대통령직 승계를 거론하는 순간 청중들의 야유가 있었지만 곧바로 ‘안 됩니다.’며 ‘나는 부시 전 대통령이 가장 원활하게 정권을 인계해준 것처럼 트럼프 당선인에게도 이를 보장 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는 트럼프에게 정권을 내준 것을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대선 후 사분오열된 미국사회를 통합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분노가 아닌 희망과 변화, 시민참여로 더욱 무장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자유와 대의를 위해 분투하라는 우리 헌법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준 가장 큰 선물이지만 국민의 참여가 없으면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면서 ‘민주주의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굴복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가 마음에 안 들면 피켓을 들고 직접 정치에 뛰어 들라’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8년 전에 ‘우리는 할 수 있다’를 슬로건을 내걸어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과 소수인종들, 백인 지식인들 유권자들에게 불을 댕겼듯이 마지막 메시지에서도 다시 ‘희망’이 담겼다. ‘때론 우리가 두 걸음을 전진하면 한걸음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미국의 긴 역사는 항상 전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봉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으며 남은 여생을 시민으로 여러분 곁에 있겠다.’며 자신을 8년간 대통령직에 있게 해준 지지자들과 국민여러분께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는 헌사로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지난 25년간 내 아내이자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며, 두 아이의 어머니였던 아내 미셸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날 열광한 청중들을 향한 연설 마지막에 8년 전의 뜨거웠던 그 구호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우리는 해냈습니다.(Yes, We did), 그리고 앞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말을 남기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직후 CNN은 ‘과거에서 미래의 희망을 끄집어낸 오바마 8년의 드라마를 완성한 연설’이라며 높이 평가하였고,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발표한 국정지지율이 60%로, 지난 5일~9일 퀴니팩 대학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당선자 지지율 37% 보다 훨씬 높은 기이현상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인사에서 재임기간 업적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취임 후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으나 75개월간 연속 일자리를 창출하여 2천만 명이 혜택을 보고 있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를 만들었다. 그리고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작전, 이란의 핵 합의와 쿠바·미얀마와 국교 정상화 등 굵직한 군사 외교적 성과도 남겼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으로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하고 4차에 걸친 핵 안보정상회의를 했으나 북한 핵 미사일 문제 등으로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특히 임기 말 중동·러시아 늪에 빠져 작년 12월 러시아 지원을 받는 시라아군에 함락된 ‘알레포’의 외교 실정, 추진 중인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및 파리 기후협정 등도 폐기위기를 맞고 있다.
버락(Barack)이 스와힐리어로 ‘신의 축복을 받은자’의 의미가 있다지만 오바마의 인생은 입지적이고 파란만장하였다. 그는 1961년 하와이에서 케냐출신 아버지와 유럽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물라토(mulatto)로 유년시절에는 부모 이혼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머리가 좋아 컬럼비아대학,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마치고 시카고에서 민권변호사로 일하다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일리노이 상원에서 3선하였다. 2008년 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로 지명되어 당선되었으며 2012년 재선에 성공하였다. 그는 미국의 역사상 최초 흑인대통령으로, 미국 여론조사에서 9년째 연속1위였으며, 레임덕 없이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임하였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임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퇴임 때와 비교가 된다. 물론 우리국민들의 편견과 정서, 언론들의 역할도 있겠지만 깊이 생각할 문제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을 축하하며, 앞으로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성공적 임무수행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는 아름다운 퇴임을 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