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월을 보내면서-이병생
이병생 합천문화원향토사 연구소장
녹음이 짙어지는 오월이면 달력의 붉은 글씨로 된 징검다리 휴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왠지 신문광고에는 행사가 그렇게도 많은지 모르겠다. 무슨 동창회, 종친회, 친목회, 체육대회, 경로잔치 등등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몇 곳의 행사에 참석해 보았더니 축사하는 분들의 서두가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오월’이란 문자를 빠짐없이 쓴다. 그렇게 할만도 하다. 특히 금년에는 5월1일은 근로자의 날, 5월3일은 부처님오신 날, 5월5일은 어린이날, 5월8일은 어버이날, 5월15일은 성년의 날이면서 스승의 날이다. 5월21일은 부부의 날, 5월30일은 일년중 가장 양기가 왕성하다는 단오일이다.
이중 몇 가지를 들어 이러한 날들이 어떻게 해서 지정되었는지 살펴보면 첫째, 어린이날은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색동회를 창립하며, 천도교행사와 같은 날이기도 했고 노동절에 맞추어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처음 제정됐을 때 어린이 운동가들은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하는 구호를 외치며 아이들의 가장 간절한 희망사항 10가지를 담은 ‘어른에게 드리는 선전문’을 배포했는데, 그 속에는 “이발이나 목욕을 때 맞춰 해주세요!”,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주세요!”, “산보와 소풍을 가끔 시켜주세요!” 같은 것도 있었다. 이런 외침도 어린이날만 지나면 잠잠해졌다고 하니 90여년전 아이들의 처지가 얼마나 고달팠는지 알 수 있겠다.
초창기에는 잔칫날이라기보다는 ‘어린이날이란 무엇인가?’를 어른들에게 알리는 날이었다고 한다. 전국의 거리를 행진하면서 전단지 등을 나눠주는 일을 어린이들이 했는데, 1925년 행사 때 어린이 30여만 명이 길거리에 나갔고, 1933년 어린이날에는 소년단소속 어린이들은 새벽 6시부터 어린이날을 고하는 새벽나팔을 분 뒤 선전지 배포에 총동원됐다고 한다.
이후 일제의 탄압에서 비롯한 이런저런 사건을 거치며 없어지거나 했지만, 1946년에 조선건국준비위원회에 의해 강점기 때 탄압받아 중단된 어린이날을 부활시키면서 5월5일로 날짜를 바꾸어 정하였고, 1975년에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소파 방정환이 없었으면 어린이날은 없었을 것이고, 어린이라고 불리지도 못하고 애기, 애새끼, 어린것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다음 어버이날은 지금부터 약100년전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트 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가 어머니와 단란하게 살았었는데 불행하게도 어느 날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다. 소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엄숙히 치르고 그 산소 주위에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나갔었다. 보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소녀는 대답하기를 “어머님이 그리워 어머니 산소에 있는 카네이션과 똑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라고 말하였다.
안나는 그 후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여 1904년에 시애틀에서 어머니날 행사가 처음 개최되었다. 그 후 미국에서는 1913년 이래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하였고, 점차 전 세계적으로 관습화되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에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정하였으며 그 뒤 1972년에 명칭을 어버이날로 바꾸어 국가적인 행사로 삼고 있다.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유래는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병환 중에 계신 선생님을 위로하여 편지를 보낸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이후 스승의 날은 스승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되새기기 위해 만든 법정 기념일로 1958년 당시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적십자날을 맞이하여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자신의 은사를 찾아가 위문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1963년 5월24일을 ‘은사의 날’을 제정할 것을 권장했고, 이듬해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명칭을 변경하여 5월26일로 지정했다. 그 이후 오늘날처럼 스승의 날이 5월15일로 지정된 것은 1965년인데 겨레의 가장 큰 스승은 세종대왕으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 1398년 음 4월10일이라 양력으로는 5월15일이 되어 이날을 지정하게 되었다.
흔히들 5월은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과 같은 문자를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의 제정유래를 살펴보았다. 요즘 어린이날은 너무나 젊은 부모님들이 잘 챙겨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버이날은 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되니 가수 진방남씨가 불렀던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도 /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효한 이 자식은 /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필자는 세상에 태어나자 8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그래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자라면서 어머님은 나 하나를 키우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했다. 심지어 지게까지 지고 나무를 하며 농사일을 하면서 살림을 꾸렸으며, 나 또한 자라면서 열심히 공부 했었고, 그렇게 부모님에게 속 썩힌 일도 별로 없었지만 연세가 89세로 돌아가신지 몇 해가 지났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不孝父母 死後悔(불효부모 사후회)란 말이 생겨난 것 같다.
신문지상이나 TV를 통해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사건들이 非一非再 하지마는 부모님이 계시는 분들에게 부탁이다. 잘해드리길 바란다. 대부분이 직장 따라 자식들은 외지에서 살고 연세가 높은 부모님들은 고향을 지키면서 외롭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비단 가정의 달 5월이 아니라도 평소에 안부전화라도 자주 드리는 것이 효도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몇번 양로원에 계시는 친척을 찾아 본적이 있지마는 가능한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란 유행가 가사와 같이 살아생전에 부모님, 스승님 자주 찾아뵙고 잘해드리기를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면서 지면을 통해 부탁드리고 싶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고요하고자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어버이를 봉양하고자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