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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 현장에서 – 이성동 논설위원

한국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 원래적 아름다움, 그것이 21세기 각박한 이 시대에도 실재하는지를 알려면 이곳 합천 가야산 골짜기를 찾아오라, 여기에는 한국적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오롯이 남아 있다. 만고의 충절을 상징하는 키 큰 노송, 적송, 육송, 어쩌면 이곳에서 빚었을지도 모를 팔만대장경 경판 소재인 산벚나무, 돌배나무들까지도 한국의 춤사위처럼 군데군데 길가에 펼쳐져 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게 된 이러한 한국적 자연의 본래적인 아름다움이 해인사를 찾아오는 가야산의 품안에 청정한 공기와 함께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의 교리를 집대성한 팔만대장을 소재로 하고, 여기서 만남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함께 즐기며 동행을 강조한 “소중한 인연,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로 2017 팔만대장경 축전행사가 지난 10월 20일 그 화려한 개막식을 가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의미는 무엇인가? 불교의 교리를 집대성한 불전을 법보라 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佛寶)사찰 통도사와 16인 국사를 배출한 승보(僧寶)사찰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의 하나이다. 해인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대장경은 부처님이 직접 설법한 것으로 알려진 ‘경(經)’과 ‘율(律)’, 그에 대한 주석인 ‘논(論)’ 등 일체를 집합한 총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전(佛典)이 전화(戰火)나 재해(災害) 등으로 상실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보니 일찍부터 이를 돌이나 나무에 새겨 영구 보존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집대성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 대장경이다. 고려 현종 때, 만주의 거란병이 송악까지 쳐들어 와서 현종이 남쪽 나주까지 피난하는 국가누란의 위기를 만나 고려의 조정과 백성들이 하나가 되어 부처님의 가피력을 받아 이를 퇴치하려는 신앙심으로 대장경 판각을 발원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011년에 처음으로 대장경을 조각하고 나서 거란병이 저절로 물러난 것을 두고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피력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신앙심으로 조조(雕造)한 것이 무려 77년에 걸쳐 완성한 ‘고려초조대장경’이다. 그러나 팔공산 부인사에 봉안했던 초조대장경은 고종 19년(1232년) 몽골병이 쳐들어와서 불을 질러 소실되고 말았다. ‘고려재조대장경’이라고 불리는 현존하는 해인사의 대장경 또한 몽골병의 침략을 불력에 의해서 퇴치하려는 발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도로 파천한 조정이 1236년 대장도감을 그곳 선원사에 설치하고, 판각에 착수하여 1251년까지 15년에 걸쳐 대불사를 완성한 것이 ‘고려재조대장경’이다.
중국 송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조조했다는 개보(開寶) 대장경을 모본으로 우리의 대장경을 만들었지만, 개보대장경은 현재 남아 있는 것이 수백개의 판에 불과하니 팔만대장경과는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방대한 대장경을 강화도 선원사에서 한양의 지천사로 옮겨 거기서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여주를 경유하고 낙동강의 수운을 이용하여 경북 고령의 개경포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사람과 수레로 그 방대한 양의 경판을 부인들은 머리에 이고, 남정들은 지게나 수레를 이용하여 1398년 태조 7년에 이곳 해인사까지 옮겨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떼를 지어 대장경을 옮기는 것을 이운행렬이라고 한다.
금년 들어 세 차례 열리는 이번 대장경 세계문화축전도 그 이운행렬이 개막전 행사로 지난 8월 31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동성로 일원에서 재현된 바 있다. 합천군과 해인사에서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은 예년에 비해서 새로운 것들이 선을 보이고 있어서 관광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기 802년(신라 애장왕 3) 해인사가 창건될 당시 왕이 삼정승을 대동하고 이곳에 머물면서 마셨다는 어수정(御水井)이 이번에 새롭게 개발되어 선보이고 있고, 오늘날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6·25전쟁을 겪으면서 그대로 보존되게 한 것은 당시 남다른 기지(機智)와 판단력으로 미공군 사령부의 폭격명령을 어기고 해인사를 지켰던 불세출의 영웅 김영환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기리는 기념공원이 새롭게 단장되어 있다. 그 밖에도 대장경 판각 체험과 인경체험, 드론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천년광장 이벤트 체험존과 조판과정 치목과 판각, 대장경 라이브 스케치, 경전그림 퍼즐 조합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된 대장경 천년관, 고대인도의 여러 나라를 답사하고 기록한 혜초의 ‘신왕오천축국전’ 등 인류역사에 소중한 기록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많은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한국적인 본래적 아름다움, 태고적 숨결이 살아 숨쉬는 가야산 숲길, 전국적으로 평판이 좋은 소리길도 아름답고 공기 맑아 청량한 여정을 제공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흥미 위주의 관광보다는 우리의 소중한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의 의미를 깨닫고 민족적 자부심을 일깨우는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우리 국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까지 많이 몰려와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기록문화의 정수(精髓)를 현장에서 체험하고 관광 합천의 이미지를 함께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