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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군 귀순병사의 시사(示唆)점 – 권해조 논설위원

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 병사 1명(오청성. 24)이 귀순했다.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이날 오후 3시 31분경 군사분계선(DML) 남쪽 50미터 근처에 팔꿈치와 어깨, 복부에 5~6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북한 병사를 헬기로 급히 이송하여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이 분야 전문의인 이국종 교수의 수술을 받고 가료중이라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중증외상치료 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집도로 5시간 가까이 수술하였다. 1차 수술 직후, 이 교수는 귀순 병사의 총상 흔적은 5∼6곳에 달하며 “수술을 더 이어가면 환자가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이날 수술을 마친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앞으로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총상이 대부분 관통상이어서 7~8곳의 장기손상도 있어 많은 출혈로 사람 평균 전체혈액 4~6L의 3~4배에 이르는 40유닛(16L)을 투여했다고 하였다.
한편 이번 북한군 귀순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첫째, 북한군의 실정과 JSA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JSA근무병은 사상과 가정환경이 좋은 선택된 병사들이다. 그런데도 자유를 향한 귀순동기부터 북한군의 생활과 JSA 근무실태와 애로사항 등 전반적인 내용을 아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둘째, JSA의 교전수칙문제다. 귀순한 병사는 판문점 JSA 전방 북측 초소에서 남측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가 귀순병을 사살목적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나 북한군과 교전은 없었다. 현재 JSA 교전규칙은 유엔군 사령부가 만든 것으로 국방부가 수정은 할 수 없으나 추후 유엔측과 개정여부는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찬반여론이 뜨거웠으나 22일 유엔사 공보실장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와 열감시장비(TOD) 영상을 공개하면서 북한군 추격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고, 자동소총 발사 등은 명백한 유엔정전협정 위반으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침착한 대응으로 귀순병을 구출한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 판단을 지지한다고 하였다.
셋째, 북한주민의 열악한 생활상을 대변해주었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 JSA병사 체내에 기생충과 옥수수가 가득하다는 것은 북한이 자랑하는 지상 낙원은 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열악한 상황을 웅변해 주고 있다. 수술하면서 기생충 50여 마리를 잡았으며, 이는 감염병 무방비 실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기생충 질환은 소외질병(Neglected Disease)으로 개도국 저소득층의 풍토병으로 감염성이 강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감염률이 1971년까지 84.3%이었으나 2004년부터 4.3%로 떨어져 기생충 박멸의 모범국가로 불리고 있다. 또한 귀순병은 현재 폐렴, B형 간염, 패혈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고 하였다. 패혈증과 폐렴은 심한 총상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B형 간염은 북한 전역에 만연한 대표적인 질환이며 결핵환자도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JSA 근무자라면 최고의 식단일 터인데, 복강의 음식물이 옥수수가 대부분이라 하니 너무나 서글프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가뭄 이후 주민의 약 70%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5세 이하 아동 중 발육장애아 비율이 25%나 된다고 한다.
넷째, 병원 중증외상센터 역할의 중요성과 애로사항을 인식시켰다. 이번 이종국 의사의 발언에 귀순자의 개인 인격테러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국종 교수의 외길인생과 중증외상센터의 역할과 어려움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이 모처럼 여야 정치인, 언론, 전 국민이 낙후된 북한주민의 실상과 남북한 격차 인식, 대북관(對北觀)에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북한 정권은 지금도 주민의 질병과 기아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핵 미사일 개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차제에 점진적으로 남북한의 격차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통일 후 감염병과 식량에 대한 남북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귀순사건으로 북한은 JSA 지역의 경계강화와 책임자 처벌과 귀순병 가족의 신변에도 불이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탈북한 태영호(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씨가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으려 질주한 귀순병의 마음은 대한민국을 동경하는 2500만의 북한 주민 모두의 마음도 담겼다”고 한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총탄을 맞으며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은 귀순병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조속한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