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 전사戰士 처럼

그래!
얼굴에는 귀신 쫓는 문장을 그리고, 현란한 옷과 온갖 장식으로 몸을 치장하고, 물소의 등을 갈기를 휘날리며 뛰어오르는 사자처럼 껑충껑충 뛰며, 때로는 포효咆哮하는 사자처럼 해지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마치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내인 것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거침없이 초원을 걷는 마사이 전사戰士처럼, 이전투구의 시장 바닥을 향하여, 희로애락에 미쳐버린 거친 숨결이 펄떡이는 도시 한 가운데로, 애증愛憎이 부글거리는 사람들의 관계 속으로 걸어가리라. 끝이 없는, 저 아득하도록 무진한 세월 속으로, 그 기약이 없는 발걸음 같은 세월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리라.
누군가가 내게, 세상은 가슴이 짓물러지도록 슬픈 것이며, 삶은 마치 생살을 찢는 아픔과 같은 것이며, 고뇌는 올무처럼 너의 목을 조를 것이며, 그래서 너의 삶은 마치 화덕에 던져진 생선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그래서 너의 길은 가시밭길처럼 고통스럽고, 분뇨와 진흙으로 더럽혀진 길처럼 아무도 같은 길을 걷는 이가 없는 외로운 길이라고 말 하더라도, 세상이 황야처럼 메말라 한 방울 인정의 물이 그리워 어느 담벼락 아래 홀로 앉아 눈물을 흘릴지라도, 사랑할 사람이 없어, 그리운 얼굴이 없어 슬픈 달빛만 쳐다보며 흘러간 날들만 그리워하게 될지라도, 나는 마사이 전사가 할 일 없이 초원을 걷듯 세상을 향하여 걸어가리라.
누가, 너는 전생의 삶이 나빠 더 이상 너의 손에 들리는 것은 재물과 행복이 아니라 빈손과 허무 뿐 일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네가 아무리 밤을 새우며 눈이 짓무르도록 일하여 네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여도 너의 어깨를 치며 네 노고를 칭찬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솜처럼 피곤해진 네 육신이 쉴 곳이 없어 마침 네가 찾는 길이 외로운 숲 속의 길 뿐일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 ! 그래서 나의 희망은 무너지고 절망이 마치 어두운 밤처럼 나를 덮쳐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저 메마른 초원을 건들거리며 걷는 마사이 전사처럼 세상을 향하여 걸어가리라.
네게 오늘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날이며, 더 이상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 하더라도, 너의 걸음은 나날이 쇠약해저 이제 더 이상 힘찬 발걸음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 하더라도, 너의 머리는 더 희어지고, 너의 피부는 더 늘어지고 쭈그러져 윤택을 잃고, 더 이상 네 몸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이제 네게 약속된 것은 죽음과 너의 악취 나는 몸을 묻을 한 뼘의 찬 땅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나는 마사이 전사가 휘파람을 불며 초원을 걷듯 세상을 향하여 걸어가리라.
너 신세는 마치 찬바람을 따라 북쪽으로 날아가는 가을밤의 외로운 기러기 같을 것이며, 너의 밤은 날마다 사나운 귀신들에 사로잡혀 지옥으로 끌려다니는 꿈을 꾸는 시간이 될 것이며, 그래서 너의 밤은 휴식이 아닌 세상에 있는 모든 두려움에 사로잡혀 진땀을 흘리는 시간이 될 것이며, 너는 너무 피곤해져 너를 태어나게 한 부모를 원망하게 되리라고 말 하더라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마다 불행을 겪게 되어 너 자신을 저주받은 사람이라고 네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 하더라도, 그래서 차라리 네가 먼저 세상을 잡은 손을 내려놓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 하더라도, 나는 마사이 전사가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초원을 걷듯 세상을 향하여 걸어가리라.
간절히 보라!
누가 무어라 하던 세상은 미치도록 아름다운 환상이 아닌가. 더러운 것이라고 그래서 침을 뱉어야 한다고 말하는 칠정七情이 없다면 네가 그토록 열망하는 ‘숭고한 사랑’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네가 그렇게 없애버리겠다고 오만하게 말하는 오욕五慾이 없다면 네가 찾는 열반涅槃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세상은 그 더럽다는 것으로 인하여 비로소 아름답고, 세상은 그 불행한 것으로 인하여 비로소 네가 그토록 탐하는 행복이 서성거리고 있으며, 네가 불행이라고, 그러니 빨리 손을 놓으라고 외치는 것들이 전부, 사실은 우주에 편재偏在한 우리들 마음의 편린片鱗이라는 사실만 인정한다면, 두려운 밤과 불편한 내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산속의 칠흑같은 어둠이 가져다주는 두려움과 가슴을 저미는 슬픔이 나를 집어삼켜도, 나는 한여름의 호수에서 자란 연꽃처럼 그것에 물들지 않을 것이다.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환희가 소나기처럼 몰려올 때면, 나는 또한 삶이 내게 준 그 축복을 안고 한껏 뒹굴리라.
이 삶의 바다는 나의 창조의 세상이기에, 나는 매일 매일 새로운 걸음으로, 두려움 모르는 마사이 전사처럼 세상을 향하여 걸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