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스홈

다름과 틀림 – 공원석 전 합천중학교장

사람들에게 ‘+’기호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기독교신자는 십자가라 하고 교통경찰은 네거리라고 하며,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하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대답한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세상사를 존재하는 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대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 대한 사람의 평가에서도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를 뿐이라고 이해함이 꼭 필요합니다.
사전적 해석으로는 ‘다름’은 서로 같지 않다는 의미로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지는 데가 있는 무엇인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다르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각자 고유의 색깔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틀림’은 어떤 의미일까요? 틀림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고, 사회활동에서 문제가 되고, 지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다름과 틀림을 잘 분별할 수 있어야 의사소통이 잘 될 터인데 자기의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고집하면서 고치길 바라기 때문에 세상에는 다툼이 일어납니다.
어느 날 손자의 방을 들여다보니 옷이랑 책들이 방바닥 여기저기에 늘려있었습니다. 그래서 손자에게 “방을 좀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고 말했더니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할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저는 이렇게 두니까 찾기도 쉽고 편합니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편할지는 모르지만 보기가 싫잖아!”하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할아버지! 여기는 제 공간입니다. 제 마음대로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손자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더라면 늘려있는 지저분한 모습을 못 보았을 텐데? 나는 우리 어머니의 삶에서 보고 배운 대로 여든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사용하는 방은 내 스스로 정리정돈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이 보장되는 지금의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 온 손자의 생각은 나와는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여태껏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음이 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회의 각계각층 사이에 요즘처럼 생각과 표현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시대도 없었으리라고 봅니다. 자기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은 틀렸다는 ‘틀’에 갇혀서는 창의성이 무한히 요구되는 4차 산업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한다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이유 없이 비난하는 잘못에서는 벗어나‘다름’과‘틀림’을 구별할 수 있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져 여유와 배려가 존재하는 참된 선진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