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수어통역사 강민혁 “홀로 집에 있는 농인들을 수어통역센터로 보내주세요!”
수어통역사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2년 전 사회복무요원 배정을 받은 뒤, 복무지 선택할 때 농인들이 의사소통을 수어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 농아인 및 수어가 궁금해 양산시수어통역센터로 지원했다. 그 전에는 주변에서 농인을 본 적이 거의 없어 농인이나 수어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처음 며칠 농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내가 소수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농인들은 수어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일상생활의 문제는 물론, 사무실 업무도 문제없이 척척 처리가 가능했다. 처음 생각했던 농인들의 모습과는 달리 대부분 농인들이 밝고 긍정적이며, 열정이 대단했다. 오히려 수어를 몰라 내가 허둥댈 때 그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차근차근 수어로 가르쳐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 뒤부터 농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농인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 복무기간 동안 수어를 꾸준히 익혀나갔다. 농인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내가 기특한지 시간만 나면 농인식 수어를 가르쳐줬다. 덕분에 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어를 익힐 수 있게 되었으며, 수어통역사가 되고 싶은 꿈도 생겼다. 건청인(健聽人)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서 농인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좀 더 자신 있게, 좀 더 폭 넓게 사회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농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주는 수어통역사가 되고 싶었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수어를 익힌 끝에, 복무가 끝나자마 바로 합천군수어통역센터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수어통역센터에 지원했지만, 내가 더 큰 도움을 받았고, 보람과 감동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수어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은 농인의 언어를 ‘수화’라고 알고 있는데,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수어는 국어과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다. 수어는 손으로 표현하고, 눈으로 받아들이는 언어다. ‘수어’는 언어라서 다른 언어와 똑같이 문법이 있지만, 그 문법은 국어의 문법과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조사는 대부분 생략되고, 동사나 형용사의 어미변화도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보는 문화이기 때문에 비수지(非手指) 기호인 표정이나, 입모양, 머리 움직임 등이나, 손 움직임의 속도, 손동작의 세기 등도 의사소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합천에도 수어통역센터가 있는가?
2014년부터 경남농아인협회 합천군지회가 있었지만, 수어통역센터는 2017년 4월 10일에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센터장, 수어통역사 2명, 농통역사 1명이 일하고 있다. 수어통역센터란 장애인복지법 제 58조 제1항 규정에 의한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로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는 청각·언어 장애인에 대한 수어통역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원활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복지서비스 기관이다. 합천군수어통역센터는 경남 지역 중에서도 비교적 늦게 설립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합천지역의 농인들은 대부분 거창이나, 진주 등 다른 지역의 서비스를 받아왔다. 합천에 등록된 농인들의 평균 나이가 60세를 넘었고, 운전면허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서비스를 힘들게 신청하고, 받아왔다. 다행히 지금은 합천에 센터가 생겨 합천 지역 농인들이 바로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다.
수어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합천군수어통역센터는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만남의 장을 제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자 수어교육 및 수어보급을 목표로 한 ‘사랑의 수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초·중·고급 수어교실 각 3개월 과정으로 상시 개강하고 있으며, 수어에 관심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다.
합천군수어통역센터 운영 관련 군민이나 지역사회에 요청할 일이 있다면?
2년 전에 합천에 통역사로 오자 농인들은 저를 자식처럼, 손자처럼 끔찍이 아껴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혼자 생활하는 저를 가족처럼 챙겨줬다. 2년 동안 오롯이 합천농인들과 동고동락한 셈이다. 제가 처음 합천에 왔을 때 합천농인들을 보고 정말 놀랐다. 한글과 수어를 모르는 농인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양산에 있을 때는 한글과 수어를 아는 농인들이 대부분이어서 농인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지만 합천군수어통역센터에 등록된 농인들은 80% 이상이 한글과 수어를 몰랐다. 오로지 손짓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2년 동안 같이 생활하다보니 그들의 표현을 조금씩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많음을 알게 됐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집에 있는 농인들을 찾아 센터의 서비스를 받게 하고 농인들의 꾸준한 한글교육과 수어교육이다. 농인들이 센터에 쉽게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글을 모르다 보니 오토바이나 차량운전면허 취득하기가 너무 어렵다. 운영한지 2년이 넘었지만 합천군수어통역센터는 합천에서 낯설다. 합천군수어통역센터가 지역사회에 더 널리 알려져 합천 농인들 삶이 자유롭고 편안해지길 바란다. /류수정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