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선거의 딜레마와 미디어 교육 (2)

김경숙
논설위원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총선을 하루 앞둔 시점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한동안 선거결과에 대한 왈가왈부가 방송화면을 메울 것이다. 수도권을 비롯하여 각 지역의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의 선거가 보여 준 면면을 제공할 것이며 그에 따른 향후의 행보에 관하여, 그리고 당선자와 관련한 권력구도를 비롯하여 국민의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뉴스로 전달할 것이며, 시청자들은 그들의 말과 판단에 귀를 세우고 흡수할 것이다. 뉴스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 지를 파악하여 내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은 미디어의 무조건적인 종속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나면 다른 뉴스가 화면을 채울 것이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될 것이고,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이나 유권자들은 지금과 별다름없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다면 그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독일에 거주하는 닥종이 인형을 전시했던 김영희는 자녀교육 경험을 세세히 열거하면서 독일은 초등학교(4년 학제)만 졸업하면 독일의 기본법을 ‘체득’한다고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에 썼다. 독일교육에 사회의 기관들, 각종 직업이 협력하여 학생교육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영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은 자국어 교육에 ‘보기교육’을 편성하여 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하여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다매체의 범람이 학생교육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서도 미디어교육이나 보기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알파고의 여파로 인하여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자 2017년에 소프트웨어교육을 정규과정에 포함한다는 발표를 했다.
데이비드 버킹엄은 「미디어교육」을 통하여 ‘미디어 교육은 본질적으로 비판의식critical consciousness의 개발에 관한 것이며 비판적 분석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이용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미디어가 강제로 주입한다고 여겨지는 가치와 이데올로기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켜 준다’는 일반적인 주장에 대해 보다 완화된 문장을 취하면서 ‘학생들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고 썼다. 이 문장에서 주목할 낱말은 ‘능동적’과 ‘이해’와 ‘판단’이다. 능동성은 강제로 주입되지 않음을 의미하면서 타의 개입이 제거된 주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세상의 모든 사안을 비판적으로 읽음으로써 제대로 알게 되며(이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판단)을 키움으로써 양식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헤겔의 입을 빌어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고 하면서 뉴스의 타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교회의 시간규범을 따른다고 했다. 그 다음 페이지에서는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은 방송과 화면과 전파를 통해 이루어진다’면서 ‘어떤 제도권 교육기관보다 더 커다란 영향력을 무한적 행사하는 것은 ‘뉴스’라는 독립체의 감독’이라고 했다. 교육은 뉴스에 종속되고, 뉴스는 교육보다 더 강력하게 학생을 교육하며 종교가 가졌던 특권적 지위를 뉴스가 점유하고 있다는 이러한 주장은 뉴스에 대한 맹목적 신봉에 대한 경고라고 읽히는 대목이다. 알랭 드 보통과 헤겔의 주장을 무심히 보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미디어 교육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여준 목불인견의 장면에 대해 방송은 온갖 비난과 비판을 쏟아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비난받는 정치인들을 만들어 낸 것은 결국 유권자이고, 그들 표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고주의를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그저 내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표를 줄지,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고 포기를 할지, 늘 해 왔던 것처럼 연고주의에 의한 라인에 맞출지 알 수 없으며, 최선이 무엇이며 어떤 인물이 최선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선거의 딜레마이다. 자크 데리다가 파스칼의 말을 빌려 「법의 힘」에서 표현한 것처럼 ‘힘이 곧 정의’가 된다면 다수가 가는 쪽이 정의이자 힘이 될 것이다. 합법적인 국가라는 미국의 대선 경선후보 트럼프의 발언들과 그 지지율을 보면 ‘선거의 딜레마’는 더욱 확실해진다. 누가 옳은 지 그른지, 누가 더 국민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 전문가가 아닌 소시민들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들의 ‘말’에 대한 진의와 진심과 그 결과에 대하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먼 곳에 있는 정치와 사회에 대하여, 인간사회의 모든 것을 다루는 미디어에 대하여 맹목적이거나 맹종의 자세를 취하지 않기 위하여 학생들의 미디어교육은 시급해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