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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살다 천당에 사는 사람들 – 이호석 수필가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일상에서 천당과 지옥 얘기를 종종 들으며 살아왔다. 주로 종교계에서 지옥과 천당 얘기를 많이 해왔고, 이를 요약해 보면 ‘지옥’은 염라대왕이 거느리고 있는 무서운 곳이다. 이승에서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에게 끌려가 이승에서 지은 죄상에 따라 고통을 받는다고 하며, 그곳에는 불가마 솥이 있고, 뱀이 득실거리고, 가시덤불이 있고, 악마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천당은 옥황상제가 거느리고 있는 하늘나라이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으로, 항상 꽃이 만발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노래하는 평화스러운 곳, 아무 근심ㆍ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그곳에는 아름다운 선녀들과 천사들도 만날 수 있으며, 언제나 행복하게 유유자적 지낼 수 있는 곳이라고 알아 왔다.
물론, 저승을 갔다가 다시 살아온 사람이 없으니, 지옥과 천당의 존재 여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이상(理想)의 세계이며, 인간에게 선악에 따른 선망(羨望)과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 교훈적 세계일 뿐이다.
내가 팔순의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나이 많은 어르신들로부터 과거의 삶과 지금의 삶을 견주면서, 과거에는 지옥에서 살다가 지금은 천당에서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에서 살아온 7, 80대 노인들이다. 이분들 중에는 일제강점기와 6·25동란을 겪었고, 보릿고개란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불우한 청소년 시절과 지금의 삶을 비교하면서 종종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위와 같은 세대의 어르신 중에는 명이 짧아 일찍 돌아가신 분들은 정말 한스러운 인생을 살다 가셨다고 봐야 한다. 명이 길어 지금까지 생존해 계시는 분들은 그 어렵던 시절에 비하면서, 지금은 천당에서 살고 있다는 소리를 예사로 할 만도 하다.
어렵던 그 시절, 농촌에서는 날이 새면 하루 종일 지게를 등에 업고 산과 들로 다니며 살아야 했고, 어쩌다가 큰 도시에 나가보면 그곳에서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매일 같이 지게를 지고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장 앞에서 외지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의 짐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때는 정말 지옥 같은 시절이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남의 집 머슴으로 일해야 했고, 고무신도 신기 어려웠다. 제법 잘 사는 집이 아니면 하루 세 끼 밥 먹기가 어려웠다. 고구마나,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예사였고, 한 끼씩 굶는 집도 허다했다.
화장실에 사용할 휴지가 없어 겨우 비료 포대 종이나 신문지 등을 어렵게 구해 용변을 본 후, 뒤처리를 했고, 저녁이면 불 켤 석유가 없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지내는 집도 있었다. 의복도 모두 얇은 무명 베옷이라 겨울에는 뼛속까지 추위가 파고들었고, 손발이 얼어 터져 피가 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의 힘으로만 농사를 지어야 했으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신을 것도 제대로 없었으니 그야말로 지옥 같은 생활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특별히 가난한 가정이 아니면 밥을 굶는 사람은 없다. 편리한 전기가 있어 집집에 온갖 가전제품들이 갖추어져 있고, 냉장고에는 음식물이 가득하다. 먹을 것이 넘쳐나고 비만을 걱정하며 산다. 방방이 TV가 있고, 농촌 농가에는 자동차 숫자가 예전 지게 숫자만큼이나 된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외출할 때 타는 승용차가 따로 있고, 농사용 화물차가 따로 있다. 집에 설치된 전화기도 버려둔 채 식구대로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아이들도 거의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옷과 신발도 비싼 유명 제품이 아니면 입고, 신지도 않으려고 한다.
노인들에 대한 복지제도도 과할 정도이다. 노인 나이가 되면 국가에서 매월 노령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도시 지하철 무임승차를 비롯하여 고궁이나 전국의 관광, 유적지는 거의 무료이다. 또 몸이 아파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해도 본인 부담은 일부이고 모두 국가에서 대준다. 거기다가 전국 마을마다 경로당을 지어주고, 매년 많은 예산을 지원해 노인들이 항상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 과거 지옥 같은 시절에 비하면 ‘천당’이라고 할만하다.
이러한 천당이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역대 지도자 중 훌륭한 영도자들이 계셨고, 선대들과 어르신들의 회생과 봉사,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240여 개 국가 중 경제 규모 11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노인들이 천당으로 부르는 이 좋은 환경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처음부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이 살아왔고, 자녀들의 양육과 각종 문화생활에 쓰임새가 늘어나고, 또 상대적 빈곤감으로 항상 불만족 속에 살아가는 것 같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노인들이 겪었던 지옥 같은 가난에서 오는 어려움이 아니다. 대부분이 힘겨운 일은 회피하고, 분수를 넘는 과소비 때문이다. 분수에 맞게 절제하는 생활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어르신들이 어렵게 살아온 지옥 같은 시절에 비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분명히 천당 같은 세상임이 틀림없다. 과도할 정도의 풍족한 삶을 살다 보니 가족의 중요성이나 이웃과 사회 공동체의 고마움도 모르고, 개인주의와 이기적인 삶을 살면서 인정이 메말라지고 거칠어져 가는 사회가 되고 있어 풍요 속에 새로운 지옥이 만들어 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