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뉴스홈

수필| 뼈 두 개요 – 문경자 수필가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옛날 단골집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찾아간 식당들은 찢어진 광고지가 바람에 펄럭거렸으며, 텅 비어 있는 가게안이 캄캄하였다. 자주 간판이 바뀌니 식당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하였다. 우리동네 뼈 해장국집도 재건축 때문에 밀려났다. 길 건너 사거리에 해장국집을 개업하는 날 가봤더니 옛날 같지 않았다. 국물도 그날따라 따끈하지 않고 맛이 없었다. 간이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뼈와 살이 잘 분리되어야 많이 먹을 수 있다. 뼈의 생김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를 보니 파마머리에 작은 키와 동그란 얼굴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였다. 오늘 따라 유난히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자랄 때는 동네서 잔치하는 날이나 명절이 다가오면 돼지가 큰 소리로 울었다. 우물가에는 한복입은 아저씨들이 삥 둘러서서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돼지 잡는 것을 보면 안 된다고 쫓아냈다. 개구쟁이들이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었다. 어른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사이사이에 끼여 얼굴을 내밀고 보았다. 벌써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정리를 한 상태였다. 그런 일에 적극적인 이웃집 기철이 아버지는 떼어놓은 돼지의 오줌보를 우리에게 갖고 가라며 던져주었다. 돼지 오줌보에 대롱처럼 생긴 밀짚대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축구공처럼 빵빵해진다. 오줌보의 끝을 꼭 쥐고 매듭을 묶었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물컹물컹한 오줌보를 차며 놀았다. 공차기를 하면서 우리집도 고깃국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였다. 고기 맛을 잊을 만하면 밥상에 국이 올랐다. 어머니는 우선 돼지 잡 뼈를 넣고 장작불로 뭉근하게 오래오래 끓였다. 나는 국에 넣을 배추 시래기 삶은 것을 잘 골라 다듬었다. 국물이라도 먹으려면 부지런히 억센 잎들을 제거해야 했다. 무쇠 솥에서 펄펄 끓은 국이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빨리 먹었으면 하고 기다렸다.
두레상에 둘러 앉아 숟가락을 들고 입맛을 다시며, 양념과 어우러진 것을 빨리 먹고 싶었다. 어머니가 뼈국물을 퍼주었다. 살이 조금 붙은 뼈다귀를 들고 먹는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어머니는 살을 발라 내 밥 위에 올려주었다. 모처럼 쌀밥에 고기를 먹었다. 내 몸도 뼈에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갔는지 살이 붙는 것 같았다. 마당 한구석에 묶여 있는 누렁이도 뼈다귀를 물고 장난을 치며 뒹굴었다. 어머니는 국을 끓이느라 힘이 들었는지 오른손으로 무릎뼈를 주물렀다. 찌그러진 양재기에는 살보다 뼈다귀가 더 많이 쌓였다. 어린 마음에 살코기를 실컷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어머니가 끓여준 국은 산삼보다 더 좋은 최고의 보약이었다. 그날 밤 꿈속에서 돼지가 꿀꿀하면서 내 곁을 맴돌았다.
어느 주말 퇴근길에 남편이 맛있는 저녁이나 먹자고 하였다 식당 앞에서 만난 남편은 “들어가요.” 하고는 앞장을 섰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나는 분위기가 있는 멋진 곳에서 먹겠지 기대를 하고 나왔는데 실망했다. 우선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뚝뚝한 남편은 “여기요. 뼈 두 개요.”했다. 아니 뼈를 어떻게 먹지! 순간적으로 옆 사람 테이블에 놓인 뼈다귀를 보니, 당장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해장국에 한잔 마시고 싶었던 거다. 회사에서 힘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는 생각에 웃으며 먹자고 마음을 비웠다. 아주머니는 펄펄 끓은 뼈 해장국을 앞에 갖다 놓았다. 위에는 배추 시래기가 올려져 있고, 약간의 들깨 가루로 예쁘게 치장을 하였다. 이것을 어떻게 먹지! 하고는 쳐다보았다. 얼른 먹어보라며, 먼저 뼈를 건져내어 젓가락으로 살을 살살 떼어 내서 먹으며 된다고 했다. 도무지 뼈를 어떻게 발라 먹어야 할지 난감했다. 대충 떼어먹고 통에 뼈를 넣어 버렸다. 남편은 뼈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더 맛있다며 먹는데, 입주위가 반지르르 했다. 하루의 고생이 그렇게 반질반질하게 변하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소주 한잔 마시며 나를 보고 한 방울이라도 먹으라며 소주잔에 부어주었다. 속이 짜르르 했다. 나는 술 취한 척하며 “누구 예요?”하며 한쪽 눈을 감고 물어보았다. 남편은 “야, 이 사람아 그것 먹고 취하다니”하고 웃었다. 그런 날도 기억속에만 있을 뿐이다.
하루는 친구와 함께 근처 식당에 갔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뼈 두 개 주문요’ 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바글바글 끓고 있는 뚝배기를 조심스럽게 각자 앞에 놓았다. 친구는 젓가락으로 국을 뒤적이다, 내 그릇에 담겨있는 것을 힐끔 넘겨보면서 “너 국그릇에 담긴 것은 뼈에 살이 많이 붙어 있네 ”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살을 골라 먹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젓가락으로 살을 떼어내니 많이 달라붙어 있었다. 살을 골라서 그릇 속에 빠뜨렸다. 웃음이 나와 억지로 참았다. 일진이 좋은 날이었다.
먹자 골목길에 보이는 간판을 보며 뼈를 찾는다. 처음에는 먹지도 못하고 거의 다 버렸는데 그 맛을 알고부터 단골이 되었다. 선지 해장국, 콩나물 해장국, 올갱이 해장국 등이 있지만 뜨끈한 뼈 해장국이 제일이다. 어머니가 끓여 주던 해장국, 남편과 함께 먹었던 것들이 글을 쓰는 순간에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냥 생각만 할 뿐 같이 먹을 수 없어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시장에 가서 뼈를 사가지고 왔다. 유명 요리사들의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서 했다. 펄펄 끓고 있는 것을 보니 군침이 넘어갔다. 시래기도 부드럽고, 살과 뼈사이가 잘 분리되었다. 어머니가 끓여주던 것보다는 맛이 없지만 남편없이 혼자 먹다 보니, 목이 메이고 아프다. 오늘도 해장국을 먹으며, 눈을 크게 뜨고 뼈 속에 들어있는 살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