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만수동(萬壽洞) 역사루트를 찾아(38) – 하재효 논설위원
8. 최치원 선생이 해인사에 남긴 흔적
(11) 천불동 길상봉 (千佛洞 吉祥峰)
해인사 입구 홍류동의 농산정과 에스커브를 지나면 곧 길상암이 나온다. 흔히들 해인사 큰 절을 염두에 두는지라 이곳을 스쳐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길상암은 가야산 중에서 가장 빼어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찬사와 경탄을 금할 수 없는 비경(秘境)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다. 길상교(吉祥橋)를 건너면 가파른 108계단이 서너번 이어지고 길상암 전경이 끝나는 곳에 ‘적멸보궁(寂滅寶宮) 가는 길’ 이라는 팻말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다보면 ‘대각천(大覺泉)’이란 샘터에 앉아 천연수(天然水)에 목을 축일 수 있다. 혹간 탐방객들과 대화도 나누게 된다. 주로 남해, 부산, 통영 등 바닷가 사람들이다. ‘이곳 적멸보궁에 와서 참선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르다보면 거대한 자연 석불의 기단부(基壇部)가 눈에 들어오고 적멸보궁에 이른다. 이렇게 높고 가파른 곳에 이루어진 보궁에 감사드린다. 실론의 수도 콜롬보에서 모셔온 석가세존사리(釋迦世尊舍利)에 예불을 올린다. 보궁을 지나 협곡 사이로 하늘과 통하는 천불동 길상봉이 신비함을 느끼게 된다. 동국여지승람에서 ‘산의 형세가 석화성(石火星)을 하고 있어 산능선 줄기마다 바윗돌이 하늘을 향해 불꽃이 일듯이 줄지어 있다.’, ‘천불 부처님이 상주하신다.’하여 천불동이라 부른다. 또한 가산 지관 근식(伽山 智冠 謹識)에 의하면 ‘이 묘길상봉 일대는 경치가 수려하고, 대소의 기암괴석(奇岩怪石)과 아조명화(雅鳥名花)와 목암간착(木岩間錯)과 청송벽소(靑松碧沼) 등이 가야산중에 제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12) 길상봉(吉祥蜂)과 *등선(登仙)
[삼국사기]에서 ‘고운 선생은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 처자를 데리고 가야산에 들어가서 형인 현준(賢俊)과 그곳 남악사(南岳寺)의 정현(定玄)스님과 도우(道友)를 맺고 지내다가 이곳에서 여생을 마쳤다.’고 하였다. 12년간 (42~53세까지) 해인사에서 은거하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집1책]의 ‘고운 선생이 작지를 꽂아 심은 나무’에 의하면 신선이 되기 위해 해인사를 떠날 때 자신의 지팡이를 꽂아 ‘그 나무가 살면 자기가 살고, 죽으면 자기가 죽은 줄 알라는 말을 던지고 떠났다.’는 설화가 있다. 이 나무는 아직 해인사 대적광전 옆(학사대)에 살아있다.
*여기에서 ‘등선(登仙)’이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최치원 선생이 가야산에 자취를 감추고 살다가 어느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집을 나간 뒤에 갓과 신발만 숲 속에 두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천불동 갈상봉에서 등선(登仙)하여 가야산 신선이 되었으면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