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상화폐 광풍 – 권해조 논설위원
최근 가상화폐(假想貨弊) 광풍(狂風)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큰 이슈다. 가상화폐란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실물화폐가 아닌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 화폐의 일종이다. 이는 정부에서 통제받지 않는 디지털 화폐의 일종으로 개발자가 발행 및 관리하며, 특정한 가상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결제 수단이다. 통상 사이버머니, Lot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무형화폐로 전자상거래 업체나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체가 이용자에게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기도 하며 종류도 수없이 많고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가상화폐는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이름으로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中本哲史)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처음으로 개발하였다. 개발 배경은 2009년 미국의 금융위기 때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그 대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달러, 유로화, 중국 위안화의 3대 화폐와 중앙집권형 통화질서 자체를 부정하여 중앙은행 등 중개기관 없이 거래가 가능하여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종류도 2011년 라이트코인, 2013년 리플코인, 2015년 원코인, 이더리움 등 3000여종이나 되고 거래소에 등록된 것만 1300여종이나 된다. 이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거래할 때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방식으로 기록되면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 거래가 정확한 개인인지 확인 후에 승인해주는 사람인 ‘채굴자’가 여러 대의 고사양 컴퓨터로 채굴하여 채굴참여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보상해주며 채굴자는 비트코인을 팔아서 이익을 받는다.
문제는 익명으로 처리되어 누구나 거래가 가능하며 돈세탁이나 조세회피, 테러자금조달, 마약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해킹 등으로 코인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그리고 실물이 아니고 폭락의 위험성이 있고 매수는 쉬워도 매도는 잘 안 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1월26일 가상통화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26만명이 580억엔(5700억원)을 도난당했다. 중국은 1월15일 ‘가상통화의 개인 간 거래(P2P)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할 것’이라며 강력한 규제 방침을 발표했고, 독일과 프랑스도 3월에 개최되는 아르헨티나 G-2 재무장관 회의에서 규제를 촉구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13일 가상화폐 긴급대책과 12월28일 특별대책을 국무조정실 주도로 발표했고, 지난 1월11일 박 법무부 장관이 금융위원장과 조율된 대책이라며 ‘거래소 폐쇄 특별법안’을 언급하고, 1월16일 김동연 부총리도 ‘가상통화 거래 폐쇄 옵션도 있다’고 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25% 급락하며 1월9일 2천400만원 하던 것이 1천1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가 폐쇄발언을 백지화시켰다. 1월23일 재경부는 1월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되며 1일 1천만원 이상 자금 출입자는 자금세탁을 의심거래로 간주하며, 투자자들은 가상통화거래소와 계약한 은행에서 실명확인을 통해 계좌를 발급받아 거래하도록 하고, 외국인과 미성년자는 입출입계정 이용서비스를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8일 정책의 혼선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기로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가상화폐이용자는 300만명 이상으로 주로 흙수저 담론과 관련된 계층 상승을 꿈꾸는 20~30대 층이며, 하루 수조원이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 폐쇄를 ‘신 쇄국정책’으로 주장하고 1월16일까지 20만명 이상이 청와대에 국민참여 온라인 청원을 하였다.
정부의 고민은 가상화폐를 도박이나 투기 등 범죄의 관점에서 보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의 시각차이다. 청와대는 국민여론을 중시하고 있다. 정부는 조속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법을 찾아 가상화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Warren Buffett)도 작년에 ‘비트코인은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로 평가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고, 스탠다드 차타드(SC)그룹 데이비드 만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1월18일 ‘비트코인은 투기일 뿐이며, 변동성이 크고 해킹 등 사태발생시 책임질 주체가 없기 때문’에 위험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요즘은 한집에 오프라인 세대, PC 세대, 모바일 세대의 3대가 함께 살면서, TV를 볼 때도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TV로, 아들은 책상에 앉아 PC로, 손자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종이화폐를 사용하는 아버지와 인터넷 뱅킹을 선호하는 아들, 가상화폐 시대를 부르짖는 손자와 한집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세계 언어를 구사하는 AI가 나올 것이며, 디지털 재화들이 등장하면 온라인 거래가 오프라인 거래를 추월할 날이 멀지 않다.
지금 국내와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상화폐의 광풍은 젊은 세대들의 욕망이 반영된 거역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부는 더 이상 늑장 대응으로 국민들의 불신만 키우지 말고 가상통화 광풍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원인을 찾아 효과적인 대책을 신속히 세워야 한다. 단기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기술적인 거래 프로세스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올바른 투자철학 교육 등 사회 문화적 측면까지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투기억제와 기반기술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