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만든 공무원까지 처벌 요구 – 이성동 논설위원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하여 진상 조사위를 구성하여 반 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진상 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이병기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남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과 고위 공무원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무더기 수사 의뢰하라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에 요구했다. 실무 공무원 수십 명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는 지난 3월 28일 브리핑에서 “역사교과서는 이전 정부 청와대가 교과서 편찬에 직접 개입한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당시 청와대가 교과서 집필진을 최종 낙점하고 편찬기준 수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 등 25명을 직권남용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할 것을 김상곤 교육부장관에게 권고했다.
고용부 행정개혁위도 “노동시장 개혁에 관한 정책 홍보와 국고 보조금 지원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확인했다”면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현숙 전 고용복지수석을 수사의뢰하라고 요구했다.
조사위는 국정화 과정에서 불법여론 조작, 비밀TF 운영, 국정화 행정예고의견서 조작, 청와대 국정화 홍보비 부당처리 등 불법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조사내용의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두 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맞춰 ‘코드 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두 조사위 위원들이 대부분 과거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을 하던 인사나 민변, 친노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과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불법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 현 정부가 미리 정해 놓은 결론에 조사결과를 끼워 맞췄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그런데 국정화 진상조사위 13명 민간위원 대부분은 전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반대했고 국정교과서에 대응하는 보조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했던 편향된 인사로 채워졌다고 한다. 게다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 10인 가운데 고용부 실·국장 두 명을 제외한 8명의 민간위원 중 6명이 친노동계 인사로 꼽힌다. 경영계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편향된 민간 위원이 지난 정부 정책을 정파적 입장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부 행정개혁위원회가 노동시장 개혁의 정당성 여부는 따지지 않고 그 정책을 집행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라고 요구하는 건 부당한 일”이라며 “지시를 따른 직업 공무원에게까지 정치적 책임을 물으면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하나의 적폐로 몰고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정교과서는 ‘좌편향 교과서의 범람으로 왜곡된 사실(史實)과 그릇된 역사의식에 학생들이 물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정화 반대는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살핀 연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추진하여 2020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사라지고, ‘북한의 6·25 남침’, ‘북한 세습체제’, ‘북한 주민 인권’이란 표현이 없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고, 국민이 합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
원래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은 민주주의를 권위주의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민주주의 적(敵)은 권위주의이고, 자유주의의 적은 전체주의라고 말한다. 자유와 민주를 빼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등과 같이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고 경제와 사회를 조직하는 ’권위주의‘나 ‘전체주의’가 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과거 정부에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을 무더기로 수사의뢰한 것인데, 이는 전 정부의 정책을 수행했던 공무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무원은 상부의 지침과 지시를 받아서 자기에게 부여된 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이다. 과거 정부에서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적폐나 불법으로 몰아간다면 공무원들은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사명으로 하는 자세보다는 다음 정권에서 내몰리지 않기 위한 적당주의나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자세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무원이 잘못되면 국가,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협치(協治)가 잘되어 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