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나섰던 산행인데, 과태료를 내라고? – 차성민 기자의 취재노트
요즘 합천이 시끌벅적하다. 최근 합천에서 모 군수 예비입후보자가 관련된 산악회 간부가 검찰에 고발되었다. 이들은 산악회 봄맞이 산행이라는 명목 하에 800여명의 사람들에게 3만2천원 상당의 교통편의와 음식제공은 물론 직·간접적인 선거활동을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몰이를 하면서 본지에 과태료부과에 대해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심지어 직접 참가자는 아닌데 지인이 연루되어 있어 앞으로의 진행과정이 궁금하다며 본사를 내방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언론사는 사법적 판단이나 행정적 처분을 내리는 주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에 이렇게 많은 문의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청의 문턱이 아직 높은 것이라고 봐야 하고, 한편으론 본지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150여명의 산악회원은 차치하더라도 650여명에 달하는 선거구민들은 가벼운 옷차림과 함께 가벼운 봄나들이라고 생각하며 따라나선 여행이,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에 달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과태료를 내게 되었으니 노심초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 우선 과태료처분은 산악회 간부들의 기소여부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창원지검 거창지청에 고발 이후, 현재 거창지청은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향후 경찰수사를 토대로 보다 면밀한 검찰조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을 한 선거사범에 대해선 공직선거법 제268조에 의하여 공소시효가 당해 선거일후 6개월(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개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을 감안할 때,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여부는 12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태료부과에 대해서도 수사의 진척상황에 따라 다소 시일이 차이날 수는 있으나 늦어도 기소여부가 가려진 후인 12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과태료는 벌금이나 과료 등과 같은 형벌이 아니라 일종의 행정벌이기 때문에 고의성 여부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과태료 금액은 고의성이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조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산행에 참가한 선거구민들의 경우에 있어서 산행의 목적이나 진의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따라나선 선거구민에게 과태료가 부과될지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일례로 2015년에 열린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산악회에 참여한 주민 18명이 식사·주류·기념품 등을 받아 다음해 1인당 30만원에서 많게는 397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지만, 행사 취지를 모르고 참여한 단순 가담자는 처분 대상에서 뺐다. 또한 충북 옥천 주민 318명은 2011년 11월,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지역단체가 마련한 관광에 나섰다가 이듬해 2억2천254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으나, 이것 역시 선거와 연관 있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행사인 줄 모르고 참가한 일부에 대해선 과태료부과를 면제받았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합천선관위의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던 도내 모 일간지 기사에 대해 합천선관위 측에선 “문 후보 측 산악회의 산행에 대해선 고발이나 제보 등이 접수된 바가 전혀 없다. 만약 고발이나 제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형평성을 문제삼을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을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합천선관위는 공명선거를 위해서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선거관리를 통하여 합천지역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어쩌면 단군 이래, 최대의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될지도 모르는 합천의 운명을 두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져야 할 것은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자세이다. 선거철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산악회, 친목회, 야유회 등의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무턱대고 따라갈 것이 아니라 어떠한 성격의 행사인지를 잘 파악하여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하게 되는 과오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신성한 선거에서 돈으로 표를 사고 파는 매표행위에 대해 유권자가 더욱 철저하게 각성하고 경계한다면 바른 생각을 가진 일꾼들을 뽑아 희망적인 미래합천과 관민의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