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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드루킹 사건 – 이성동 논설위원

요즘 세계적 관심사인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핫뉴스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양쪽 정상들이 만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고, 그때마다 실패했지만 이번에도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가진 국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근간 2017년 대선 때 현 민주당 당원과 현역의원이 연루된 사조직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밝혀짐에 따라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기대가 컸던 국민들의 실망감도 크리라고 본다.
드루킹이란 민주당 당원이자 친노 성향의 ‘파워블로거’로 알려진 드루킹 K씨를 말한다. ‘매크로’라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정부에 비판적 기사와 댓글을 조작하여 김기식 금감원장까지 사퇴하게 하고 현 정부를 곤혹하게 만든 배후 인물이다. 이 여론조작 사건은 사건 주모자 K씨 외에도 양모 씨, 우모 씨 등이 지난 1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된 뉴스에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한 사건이다. 이들은 남북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문체부, 청와대, 여당이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의 댓글을 달고 추천수를 대폭 늘려 노출시켰다.
검찰은 4월 17일 드루킹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댓글 여론조작에 민주당 관리 당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민주당 지도부는 4월 16일 드루킹 K씨와 우모 씨 등을 당원에서 제명하면서 일부 당원의 ‘개인적 일탈(逸脫)’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당 지도부의 제명 결정에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은 주범 K씨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활발히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김 의원에게 일본 주 오사카 총영사직을 인사청탁한 사실 등 대선 당시 K씨의 역할과 김 의원과의 관계가 드러났다.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이후,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 본질은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찾아온 사람이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루킹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김 의원의 입장은 최초 발표 때와는 조금씩 달라졌다. K씨와 김 의원이 경공모 사무실과 김 의원 당선 이후 김 의원의 국회사무실에서 다섯 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운영했던 또 다른 블로그인 경인선(經人先 :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선플 달기 운동’을 제안한 이후 출범했다는 점에서 드루킹이 대선캠프와 교감 아래 경인선을 운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선 중 수차례 신고되고 타 정당과 선관위에 의해 고발되어도 무혐의 처리되어 여권 핵심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는데도, 이를 애써 무시한 채 경찰은 단순 업무방해로만 드루킹을 수사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불러서 조사해 달라’고 자청한 김 의원을 아직(4월 27일 현재)까지 경찰이 조사하지 않고 있다. 한 달이 넘게 구속돼 있는 드루킹으로부터 김 의원과 관련한 혐의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을 것인데, 김 의원에 대한 직접 수사도, 심지어 휴대폰 압수수색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는 대선 과정에 여론을 조작하고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브로커에 대해 사정기관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은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이라는 시기 차이만 있을 뿐, 대선 과정에서 조직적,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을 했다는 본질은 같은 사건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이후 적폐청산을 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댓글 공작’을 파헤치고 처벌하고 있다. 그런 정권이 자신의 집권 과정에 자신과 연관된 사조직이 여론을 조작하고 상대 후보를 음해했다면 이는 엄청난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여론은 제도화된 권력에 대해 국민이 직접 그리고 상시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다. 불법 사조직에 의해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드루킹 사건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 반드시 그 진실이 규명되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하고, 향후 선거과정에 불법여론을 조작하는 행태가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