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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 이호석 논설위원

며칠 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정말 귀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이 책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한 연설문 중 아주 잘된 것 9가지를 선정하여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 표지에 있는 ‘오바마가 던진 변화와 전진의 메시지’와 ‘오바마 대통령 최고의 순간들’이란 부제가 관심을 끌었다. 이들 연설문 중 한두 문장은 당시, 가끔 TV 뉴스 시간을 통해 들어본 것 같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전문을 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몇 편을 읽어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연설문이 대체로 길기도 하고, 너무나 밋밋하고 평이한 것 같았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자신에 찬 연설문과는 많이 달랐다. 그의 연설문은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그 연설을 듣는 대상자나 집단에게, 때로는 전 국민에게 스스로 위대한 미국 국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 대통령 연설이, 그것도 선정된 훌륭한 연설문이란 게 내게는 별로 큰 감흥을 주지 않았다.
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이 왜 그렇게 시들하게 보이는지를 금방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집권만 하면 국가와 국민의 편안함과 연속성은 염두에도 없고, 앞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하고, 그리고 자기의 치적 쌓기와 모든 국민이 자기의 이념과 사고를 따라주기 바라는 성급한 마음, 이 나라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아주 잘못된 권위의식에서 나오는 과격하고 직설적인 연설에 너무 익숙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주요 정책이나 연설문은 대체로 과격하고 전투적이다. 역사바로세우기, 사회정화, 범죄와의 전쟁, 바르게살기, 부정부패 일소, 혁신과 개혁, 적폐청산 등 이런 정책의 실행에 따른 연설문들은 하나 같이 국민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가지게 하기 보다는 충격적이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이다.
해방 이후 70년이 넘도록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안정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스러운 것은, 집권만 하면 마치 자기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처럼 요란한 정책들을 펼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 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온 장본인들이 집권만하면 자기들의 책임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현실 정치의 모든 잘못이 앞 정권에만 있는 것처럼 몰아 부친다. 그리고 그들이 하던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모두 바꿔버리거나 중단해 버리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제도도 자기의 입맛대로 고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상황은 앞 위정자를 믿고 열심히 살아온 국민들에게 많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 쌓이게 한다. 그러므로 앞 정권의 정책이나 기존 제도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서서히, 그리고 조용하게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집권자들의 정책이나 연설문도, 마치 점령군들처럼 급격한 변화를 내세우며 과격한 용어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갈등을 불러오게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처럼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평이한 내용으로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긍심을 가지게 하여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그런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오바마는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연설을 통해 국민을 일깨우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취했다. 냉철하면서도 애정을 담은 말과 글을 통해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역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해 역설했다.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오바마의 연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책자 표지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