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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보조금인가! 합천예총 (1) – 박인욱 논설위원

  1. 합천군, 합천예총 보조금 1300만원 환수조치
    보조금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금이다. 세금은 무엇인가? 노동의 대가(代價)다. 노동은 사람의 땀을 원하고, 땀은 피(血)가 몸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세금(보조금)을 혈세(血稅)라 한다.
    지난 10월, 경남도의 감사 지시로 합천군은 합천예총지회를 감사하여 보조금 1300만원과 그에 대한 이자까지 환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 이유는, 합천예총이 합천군에서 예총지(禮銃紙:책) 발간사업을 위해 보조금을 받았으나, 예총지를 만들지 않고 결산처리 되었으며, 결산처리 되어 없어져야 할 보조금이 예총의 다른 계좌에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집을 지으라고 보조금을 주었는데, 집터에 집은 없고 돈 쓴 장부만 들고 온 건축업자에게 사용승인을 내 준거나 같은 것이다. 그리고 건축자재비와 인건비로 지출된 돈들이 나중에는 돌고 돌아 같은 건축업자의 주머니에 있다는 것이다.
    “예총지를 발간하지 않고 어떻게 결산보고를 했는지”, “사용되어 없어져야 할 보조금을 왜 관리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예총간사는 대답을 회피하거나 “시킨 대로 했다”며 말했다. 하지만 예총간사는 일이년마다 1회 이상 보조금 관리와 정산 방법을 교육받으며, 지난 10년간 예총지회장과 국장이 각각 6차례 교체될 동안 간사는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또 보조금에 대해 법적 하자 없이 결산보고서를 작성하고 준비하는 것은 간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시켰다는 말로 책임이 전가될 일은 아닌 것이다.
    합천예총과 문화체육과는 보조금이 인쇄소에 지급되었다며 이번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렇다면 예총지를 만들기 위해 보조금을 인쇄소에 지급했는데도 왜 예총지를 만들지 않았는지. 보조금을 처음 수령하고 예총 내부회의에서 이 사건이 밝혀지기 전인 2년 3개월 동안 예총사무국은 인쇄업자에게 계약불이행으로 보조금 반환과 배상을 왜 청구하지 않았는지. 그 이후, 보조금을 인쇄업자에게서 돌려받았다면 보조사업 미완성 소명서와 함께 보조금을 합천군에 반납하지 않고 왜 별도의 계좌에 넣어두었는지 대해선 답변이 없었다. 만약 내부회의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6월에는 이 보조금을 다시 사용하려 했고, 보조금의 출처에 대한 물음에 현 강석정지회장은 “전임 집행부에서 있었던 일이며… 전혀 알지 못 한다”고 해명했다. 전직 합천군수를 역임한 분으로 그 누구보다 보조금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의심이 되는 보조금이라면 이를 확인하고 합천군에 돌려주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왜 하지 않은지 대해선 “어제 일도 가물가물하여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리를 회피했다. 하지만 강석정지회장은 비록 80이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합천군 대야문화제 제전위원장과 합천예총지회장을 동시에 수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가.
    감독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지만 예총사무국의 군보조금에 대한 도덕적·법적 불감증은 더욱 위태로운 수준이다. 합천예총이 하는 사업들은 예술적 창의와 계승을 바탕으로 진행되므로 여느 단체와 달리 합천군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았다. 하지만 이런 합천예총에 대한 군민들의 불신이 여느 단체들을 넘어 군(郡)전체로까지 확산될까 가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2. 결과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이번 일로 담당공무원과 문화체육과는 각각 징계를 받았다. 이에 비해 문제의 시발점인 합천예총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이는 합천군민에게는 큰 실망이자, 묵묵히 봉사해 온 300명 가까운 예총회원들에게는 참담한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보조금 1300만원이라면 결코 가벼운 돈이 아니다. 합천에 홀로 사시는 224분의 어르신들께 흰 쌀밥으로 올겨울 배 따뜻이 지낼 수 있도록 햇쌀을 드릴 수도 있다. 합천예총이 다시 일어서려 한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구절을 생각하라. 썩은 살을 돌려내는 것은 더 이상 살이 곪지 않게도 하지만, 결국 새 살이 돋아나게 하기 위함이다. 낡은 술에 새 술을 붓는다고 낡은 술이 새 술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새로운 예총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 술을 붓을 수 있게 책임 있는 자들이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다. 만약 어떠한 책임을 져야할지 모르겠다면 합천예총의 정관을 살펴봐라. 그래도 모르겠다면 상급기관인 도예총이나 한국예총본부에 문의하거나 질의해 보라. 합천군민은 앞으로 합천예총이 어떻게 자성하고 변모하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