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베트남의 박항서 매직 신드롬 – 권해조 논설위원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작년 12월 15일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 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날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립축구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겨룬 최종 결승전에서 많은 관중들은 박 감독의 얼굴을 분장하고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인 호찌민과 박 감독의 사진,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결과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물리치고 승리를 하자 베트남 전역에서 국민들이 온몸에 국기를 두른 채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시끄러운 나팔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거리를 휩쓸 정도로 열광하였다.
이날 베트남 현지에서 경기를 관전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골키퍼 김병지는 베트남인들의 열기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인들의 히딩크 감독에 대한 열기보다 훨씬 높았다고 했다. 히딩크 열기는 월드컵이 끝난 후 잠시 지속되었으나 박 감독은 부임 후 계속 추앙을 받고 있으며,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존경심이 대단함을 느꼈다고 했다. 베트남인 부두이 뚱 씨(27)는 “박 감독은 우리의 영웅이다. 승리에 대한 자부심과 국가적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는 선수들을 진정으로 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파파(아버지)라고 부른다.”라고 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미군과 전쟁을 치른 베트남의 현대사 속에서 베트남 국민 전체에 기쁨을 주는 최초의 외국인이 될 것이며, 단순한 축구인 그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박 감독의 열풍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단했다. 축구팬들은 “박 감독이 외교관 100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열광했으며, 스즈키 결승전 시청률이 한국과 우루과이 대표팀 경기시청률 12.8% 보다 훨씬 높은 18.1%였다.
특히 박 감독은 우승소감에서 “이 승리는 베트남인 모두가 이뤄낸 것이다. 이 승리를 베트남 팬들에게 바친다.”면서, “제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주십시오.”라고 말해 베트남과 한국 모두에게 뜨거운 호응을 일으켰다.
한편 삼성전자와 으로 시작하여 한국 화장품이 이끌어온 베트남 한류의 절정에 박 감독의 역할이 크며, 베트남 TV에 박 감독을 모델로 한 소시지 광고 등 로컬 기업 광고도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박 감독의 고향인 경남 산청 생초면은 한국을 찾는 베트남 관광객의 단골 여행코스가 되었다. 이번 경기 후 우승상금 30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와 베트남 기업들의 포상금도 쇄도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자동차업체 타코그룹은 박 감독에게 10만 달러(1억 1,300만원) 상당 축하 포상금을 수여했고, 합천향우 참빛그룹 이대봉회장도 12월 21일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박 감독은 이 돈을 베트남 축구 발전과 불우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2020년 1월 31일까지 계약된 박 감독의 연봉도 3억 원 이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작년 1월 베트남 노동훈장과 베트남 영웅 3급 훈장, 12월 21일 한.베 우호훈장을 받았으며, 베트남 국영방송이 뽑은 ‘2018년도 올해 최고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특별시민권 수여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박항서(59) 감독은 경남 산청 생초에서 태어나 한양대를 졸업하고, 1978년 국가대표팀에서 선수활동을 하다가 1989-96년 럭키금성 축구코치를 거쳐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의 수석코치를 했다. 그는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에 부임하여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미만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2018년 8월 아시아경기대회 4강에 이어, 12월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 (AFF) 스즈키 컵 대회에서 다시 10년 만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 감독의 신화는 월드컵 4강을 이룬 히딩크 감독과 매우 유사하다. 히딩크는 선수들의 체력보강과 사기진작에 힘을 쏟았다. 박 감독도 연장전을 고려한 체력보강과 특히 야간 트레이닝 및 선수들에게 발 마사지를 해 주는 등 파파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1월부터 2019년도 아시안컵 예선전과 3월부터 2019년 AFF(아세안축구연맹)-EAFF(동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트로피 전이 3월부터 시작되는데 3월26일 제일 먼저 2018년 아시안게임 축구우승팀인 한국과 스즈키컵 우승팀인 베트남이 3월26일 하노이에서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베트남 축구팀의 발전과 더불어 박 감독과 함께 호흡을 같이한 이영진 코치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