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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인간 삼락(三樂)과 삼불행(三不幸) – 권해조 논설위원

우리 인간의 삶에는 여러 즐거움과 불행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예부터 전해오는 선현들의 세 가지 즐거움과 세 가지 불행을 알아본다.
먼저 세 가지 즐거움(三樂)이다. 일찍이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요 사상가인 공자(孔子: BC551-BC479)의 언행을 집대성한 논어(論語)의 맨 앞 학이(學而)편에 보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 했다. 그리고 논어 계씨(季氏) 편에도 유익한 세 가지 즐거움(益者三樂)은 예악(禮樂)으로 절제하기를 좋아하고(樂節禮樂), 남에 대해 착한 말하기를 좋아하고(樂道人之善), 어진 벗을 많이 갖기를 좋아하는 것(樂多賢友)이라 하였다. 그리고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공자가 태산을 지날 때 비파를 들고 한없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인 영성기(榮聲期)를 만나 무엇이 그리 즐거우냐고 물으니, 그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 남자로 태어난 것, 이미 95세가 됐을 만큼 장수(長壽)한 것이 즐겁다고 했다 (吾得爲人一樂也, 吾得爲男二也, 吾行年九十五有矣三樂也). 맹자도 진심장구(盡心章句)편에서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들이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 했다.
조선시대 문인 정치가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은 인생삼락을 (1) 문을 닫고 마음에 맞는 책을 읽는 것, (2) 문을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는 것, (3) 문을 나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이라 했다 (閉門閱會心書, 開門迎會心客, 出門尋會心境, 此乃人間三樂).
또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유수종사기(游水鐘寺記)에서 어렸을 때 뛰놀던 곳에 어른이 되어 오는 것, (2) 가난하고 궁색할 때 지나던 곳을 출세해서 오는 것, (3) 나 혼자 외롭게 찾던 곳을 마음에 맞는 좋은 벗들과 어울려 오는 것이라고 했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일독(一讀), 이호색(二好色), 삼음주(三飮酒)라 했다. 즉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 사랑하는 아내와의 변함없는 애정, 벗과 함께 어울리는 풍류를 말하고 있다.
다음은 세 가지 불행(三不幸)이다. 먼저 중국 송나라 도학자 정이천(程伊川: 본명 정이(程頤,1033-1107)은 (1) 소년 때(너무 젊을 때)에 높은 과거에 합격하는 사람 (小年登高科), (2) 부모형제의 덕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 (席父兄之勢爲美官), (3) 문장 재능이 너무 뛰어난 사람 (有高才能文章)을 들고 있다.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李珥: 1537-1584) 선생은 (1) 어린 소년으로 등과하는 사람(少年登科), (2) 중년에 상처하는 사람(中年喪妻), (3) 노년에 고독한 사람(老年孤獨)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이 인생의 즐거움과 불행은 공자 맹자와 같은 도덕가나 김삿갓 같은 풍류객이 다르듯이 시대와 환경, 신분, 직위, 계층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백년을 살아보니, 행복예습>을 저술한 99세의 노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행복은 주어지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우리 삶 속에 있었다.’ 고 했다. 나는 바쁜 가운데서 좋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