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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화원, 8천만원 보조사업 횡령의혹 파문

재작년에 종결돼야 할 책발간 사업, 1년 넘게 사업 지체
보조금 중 3천만원을 수표로 별도 보관해와, 횡령 의심 받아
합천군, 사업중지 및 보조금 환수조치 내려

합천문화원 책발간 사업이 특별한 사유없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총8천만원 보조금 가운데 일부인 3천만원을 현금(수표)으로 자체보관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횡령 의혹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보조금을 현금 형태로 자체보관하는 것은 보조금 운용의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고, 그 자체만으로 횡령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일로서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된 책발간 사업은 1998년에 이미 발간됐던 책 ‘합천지명사(陜川地名史)’ 내용에 오류가 많아 이를 수정·보완하여 재발간하기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에 자료조사비로 1천만원을 1차로 지원받고, 2016년에 사진촬영비(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비)로 1천만원을 2차로 지원받았다. 2017년에는 이를 책으로 발간하기 위해 6천만원(원래 1천만원이었으나 증액됨)을 3차로 지원받아 총 사업비는 8천만원이다.
문화원은 2015년부터 지명사편찬위원회를 결성해 편집회의를 개최하는 등 책발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해오는 듯 했으나, 사업완료 기일인 2017년 12월까지 책발간을 끝내 하지 못했다. 이후 문화원은 2차에 걸쳐 3개월 사업연장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책 발간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예정된 사업시기를 지체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나오지도 않은 책의 인쇄비를 인쇄소에 전액 다 지급하는 등 사업비를 다 지출해버린 것이다.(정확한 인쇄비 금액은 2천부 발행에 5천670만원을 계약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인쇄소와 거래할 경우, 계약금을 걸고, 중도금 지출을 거쳐 최종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아니라 나오지도 않은 책 인쇄비를 전액 대구소재 A인쇄소에 지출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더 의심스럽고 이상한 일은 작년 3월에 인쇄소로 4천만원을 송금했다가 4월에 다시 인쇄비4천만원을 다시 돌려받은 일이다. 이때부터 통장으로 계좌이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금(수표)으로 유통이 되었다. 이후 또 9월에는 4천만원 수표를 다시 A인쇄소에 돌려주고 1천만원을 뺀 3천만원 수표 한 장을 다시 받아 이를 합천문화원에서 자체 보관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새로 선출된 신임 문화원장은 이런 사업 파행과 3천만원을 별도로 자체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을 인수인계과정에서 듣지도 못했는데, 내부 문제제기를 통해 모든 사실을 알고 적극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실무자 김규열 문화원 사무국장의 해명을 들어보면, “보조금 횡령 등은 전혀 아니다. 책발간 사업에서 논란이 많아 책발간 사업이 지연되었다. 2017년12월말 사업마감 기일이 다가오기에 책발간은 뒤에 하더라도 사업정산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인쇄비 전액을 인쇄소에 지급한 것”이라고 했다. 즉, 2017년 12월에 사업을 마무리하는 정산서류의 근거가 필요하기에 책이 발간되지 않았음에도 인쇄비 잔액을 미리 지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쇄비를 다시 돌려받아 자체보관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서둘렀던 책발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며 지체가 되자, 일단 인쇄소에 지출했던 인쇄비를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해서 수표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늦어지면서 이런 논란이 생겨난 것이며, 보조금 횡령 등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인쇄소로부터 인쇄비를 돌려받을때 현금(수표)으로 돌려받은 부분에 대해, 오해 받을 수 있는 ‘정상적이지 못한 처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다. 하지만 하필 문화원장 선거를 한달 보름 앞둔 민감한 시기에 4천만원을 인쇄소에 돌려주고 1천만원을 뺀 3천만원을 돌려받았냐에 대해 곱지않게 보는 세간의 시선이 있다.
합천군은 책발간 사업처리가 늦어져, 몇차례 독촉 공문과 구두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조금 8천만원 사업이 1년 가까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 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합천군은 1월18일 사업 일시중단 공문을 보내며 자체감사에 들어갔으며, 최근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하는 한편 다음 달 1일까지 6천만원에 대한 환수 조치명령을 내렸다.
합천문화원은 이 일이 논란이 커지게 되자, 1월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합천지명사’ 개정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안과 군의 보조금 반환 요청에 따른 환수금 마련 대책을 강구하는 등 수습방안을 마련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합천문화원 뿐 아니라 최근 합천예총에서도 예총지발간 사업비 1천3백만원을 받고도 7년간 사업을 완료하지 않고(책을 발간하지 않고), 사업을 완료한 것처럼 처리한 후 별도로 보조금을 관리해온 사실이 감사로 드러나 징계를 받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보조금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조금 사업을 대하는 사업 주체인 단체에서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라는 것을 엄중히 인식하고 다루려고 하는 도덕적 정신 무장 및 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박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