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극월(極月)과 납월(臘月) – 권해조 논설위원
어느새 무술년의 음력 섣달도 지나간다. 섣달은 한 해를 다 보내면서 새해의 설을 맞이하기 위한 서웃달 [설윗달]의 준말이다. 지금은 사라져 가는 용어이지만 옛날에는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극월(極月)이나 섣달 또는 한해를 다한 달이란 궁월(窮月), 궁동(窮冬), 궁기(窮紀)라고 했다. 또한 ‘추운겨울기운을 이겨내고 섣달에 일찍 피어나는 매화’라는 뜻으로 납월(臘月), 납매(臘梅) 또는 납월매(臘月梅)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동삭(終朔), 가평월(嘉平月)이라고도 불렀다. 지금도 백제 위덕왕 때 담혜 화상이 세운 전남 순천 금둔사(金芚寺)에는 6 그루의 납월홍매가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리고 음력 1월은 한해를 시작하는 으뜸으로 여기는 달의 뜻으로 정월(正月), 원월(元月), 첫봄을 뜻하는 맹춘(孟春), 주역 64괘의 태월(泰月) 등으로 불렀다. 2월은 잠자는 만물이 깨어나는 시기인 여월(如月), 대상월(大狀月), 3월은 꽃이 활짝 피어 아름답다하여 복숭아꽃이 피는 시기인 도월(桃月), 화창한 꽃인 소화(韶華)라 불렀다. 4월은 풀 향기 가득하며 여름이 시작하는 초월(初月), 양기가 가득한 정양(正陽), 여월(余月), 5월은 매실이 익는 매월(梅月), 매천(梅天), 매하(梅夏), 석류가 꽃피는 유하월(榴花月) 단오절인 포월(蒲月), 여름의 중간달인 중하(仲夏)로 불렀다. 6월은 여름의 끝인 계하(季夏), 화로 불처럼 더운 홍염(洪炎), 덥고 찌는 서월(暑月), 삼복더위 복염(伏炎)으로 불렀다.
7월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교월(巧月), 난 뿌리에 새 싹이 돋아나는 난월(蘭月), 처서(處暑)절후인 이칙(夷則)이라 불렀다. 8월은 계수나무 꽃피는 계월(桂月), 잎이 지고 물이 든다는 엽월(葉月) 저녁에 달이 밝게 뜨는 월석(月夕), 달이 희고 밝은 소월(素月)이라 하였다. 9월은 만물이 시들어 검게 변하는 현월(玄月), 주역 64괘의 박월(剝月), 서리가 내리는 상신(霜辰), 상냉(霜冷), 단풍이 물드는 풍진(楓辰)으로 불렀다. 10월은 겨울이 시작되는 개동(開冬), 맹동(孟冬), 조동(肇冬), 해월(亥月), 11월은 눈이 내리고 날도 춥다는 설한(雪寒), 동짓날이 있는 남지(南至), 지한(至寒)으로 불렀다.
이제 며칠 후면 음력으로 무술년 섣달그믐과 기해년 설날(元日)을 맞는다. 섣달 그믐날은 제석(除夕) 혹은 제야(除夜)라고도 부른다. 그믐날의 ‘그믐’은 만월의 보름달을 뜻하며 날마다 줄어들어 눈썹같이 가늘게 되다가 모두 소진하여 없어진다는 순 우리말 ‘그믈다’의 명사형이다. 이날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벽녘에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수세(守歲)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한다. 수세는 ‘해 지킴, 밤새우기, 장등(長燈)으로 불리기도 하며 지나간 시간을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통과의례로 마지막 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수세의 풍습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로서 우리나라에 역법(曆法)이 들어온 이래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무술년을 섣달그믐을 잘 보내고 기해신년 원단(元旦)에 합천신문 애독자 가정에 만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