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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군청의 얼굴 – 정병수 재경합천문인회 회원

2018년도 저물어 가던 어느 날, 고향의 면사무소에 들렸더니, 담당 공무원은 민원 내용이 면사무소 소관이 아니라 군청 소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친절함 때문인지 기분은 싫지 않았다.
“바쁜데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군청으로 가보겠습니다.”
“잠깐만요. 지금 시각이 6시가 다 되어 가는데, 군청까지 가려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하더라도 퇴근시간과 겹쳐 일 보기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 참.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알겠습니다.”
그 날 처리했으면 했던 일을 끝내 못하고 귀경한 탓인지, 그 후 못내 맘이 편치가 않다. 그렇다고 주거지와 고향이 천리 길이라 한번 나서기도 녹녹치가 않다. 차일피일 미루다 겨우 어제 밤에 합천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래야 다음 날 일찍 일을 보고 상경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마침 숙소 인근에 아침식당이 있어 맛있게 먹고,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차를 몰았다. 생각해 보니 군청에는 생전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나도 무심하지. 여기를 처음 오다니. 고향을 사랑한다면서 말이다.”
나도 모르게 독백을 하다가,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이뿐이 꽃뿐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어느새 차가 비탈길을 오르는가 싶더니, 카랑카랑한 내비게이션 기계음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린다.
언뜻 봐도 최근에 신축한 청사는 아닌 듯하다. 공간이 필요할 때마다 증축이나 달아 지은 건물 티가 물씬 풍긴다. 그런 건물 틈새로 주차 선을 그어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주차장은 이미 차로 꽉 차 있어 갑자기 당황된다.
“지금 몇 시지? 아침 8시 35분인데…. 이상하다. 무슨 행사를 하나?”
혹시나 빈 곳이 있나하고 천천히 차를 몰았지만 빈 곳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럴 리가 없는데…..” 군청 주위에 낯선 나로선 다른 곳에 주차할 엄두도 나지 않아, 할 수 없이 한 쪽 귀퉁이에 겨우 차를 세웠다. 물론 주차선이 없는 곳이다. 사무실을 향해 계단을 올라오니, 제복 차림의 나이 지긋한 분이 보인다.
“아저씨, 재산세 때문에 왔는데요, 어디로 가야 되죠?”
“저 쪽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8시 40분인데 민원인이 주차할 공간이 안 보입니다.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내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많이 들어 본 내용이라는 듯이 말한다.
“저 차들, 모두 민원인 차들입니다.”
“예? 지금 시간이 9시 전인데, 아직 공무원들도 미처 안 온 분도 있을 텐데 저렇게 많은 민원인들이 벌써 와 있다고요?”
“예, 그럼요. 벌써 사무실 곳곳에 이미 많이 와 있습니다. 선생님!”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저씨, 어떻게 그런 말씀을? 물론 빨리 온 민원인이 한 두 명은 있겠지요! 최근 퇴임한 하 군수님이나, 민선 7기로 당선된 문 군수님도 이 사실을 아시나요? ”
“죄송합니다. 사실은 주차 때문에 문제가 많습니다………”
“아저씨야 무슨 책임이 있겠습니까?”
주차 문제로 기분이 잡친 상태에서, 업무를 본들 마음이 편안할 리가 없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도 20년이 지났다. 지방자치 실시 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호화 청사 신축 등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단체장들이 주민을 위하여 귀를 기울이고, 숨은 관광지를 개발하여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방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키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당연히 내가 태어난 고향의 군청도 최고 점수를 받으리라 상상했다. 그런데 아침 8시 35분에 민원인이 주차할 공간을 한 자리도 찾을 수 없는 행정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심란하다. 그날 주차공간을 차지한 차량 소유주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멀리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의 주차장도 배려되어야 하지만, 이들은 외곽 주차장을 활용하되 군청까지는 셔틀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한 기관의 주차장은 고객이나 민원인이 들어서는 첫 관문이며, 그 기관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 거울이다. 선거 때 약속한 공약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 것이 민선 군수지만, 군청 주차장 관리가 이래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