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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大高麗) 특별전을 보고 – 권해조 논설위원

며칠 전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大高麗), 그 찬란한 도전」( GORYEO: The Glory of Korea)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특별전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지난 해 12월 4일부터 올해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
본래 이 박물관 본관 전시실은 고조선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대한민국 근대사 실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번 대고려 특별전은 본관 우측에 별도 전시설을 설치해 전시하였으며, 본관 고려전시실과 달리 한국,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전 세계에 흩어진 5개국 46개 기관에서 출품한 450여점의 고려 물품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하였다.
이번 전시는 고려 역사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4가지 테마로 ‘읽어주는 고려’를 준비하였다. 첫 번 째는 고려 수도의 개경(開京)에 관한 내용이며, 두 번째는 1,100년의 지혜(智慧)와 사찰(寺刹)로 가는 길, 세 번째는 다점(茶店), 차가 있는 공간, 네 번째는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으로 분류하였다. 전시관 입구에 제시된 ‘고려를 읽다’에서 태조 왕건은 분열된 시대를 극복하고 통일국가 고려(918~1392)를 세워, 국토의 중심부인 개경에 수도를 두고,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난립하던 격동의 시기에 여러 나라와 활발히 교류하며 개방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이루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1테마 「고려수도 개경」에서는 밖으로 열려있던 사회, 고려의 바다와 육로를 통해서 다양한 물산이 오갔고, 특히 예성강 벽란도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었다. 상업이 중시되고 물류가 국력이었던 시기, 왕실의 권위와 최고의 미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했던 왕실 미술을 소개하였다.
제2테마 「1,100년의 지혜」에서는 고려시대 불교, 유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공존했으나 불교문화를 기반으로 정점을 이뤘다. 지역에 따라 다원적으로 전개된 고려의 불상과 내부에 납입된 복장물(腹藏物)과 섬세한 직물을 통해 동북아 불교의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특히 사찰로 가는 길에서 부처님의 여러 좌상(坐像)과 벽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제3테마 「다점(茶店), 차가있는 공간」에서는 현대의 카페처럼 고려인의 일상 깊숙이 자리한 공간으로 왕실, 사찰의 각종 행사, 고려인의 삶 속에 함께 존재하였으며, 이곳에서 고려의 지식인과 문사(文士)층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국가운영의 이념이었던 유교적 교양과 관료적 질서 속에서 고려사회를 이끌어 갔으며, 시와 서예, 그림 같은 문예, 공예품을 향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감식안을 가졌기 때문에 고려의 예술성이 뛰어났다고 보았다.
제4테마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에서는 예술의 정점인 고려청자와 해인사 목판화엄경,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등의 공예품을 만날 수 있었고, 뛰어난 기술만 가지면 외국인 장인도 국가주도의 공장에 소속되는 포용적 기반에서 고려의 미술이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에필로그(Epilogue)에서 고려는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나라였으며, 인간의 정서를 포착하여 독창적인 색과 재료에 투영하고 여기에 기술적 성취를 발휘하여 미술로 구현했다. 고려가 이룬 창의성과 독자성, 뛰어난 예술성은 우리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후삼국시대 수세에 몰린 왕건의 스승이 되어 고려 건국을 도우며 태조 왕건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희랑대사(希朗大師)와의 만남을 상세히 소개하였다. 그러나 해인사에 소장중인 희랑대사 조각상만 전시되고 평양조선 중앙역사발물관에 보관중인 태조왕건의 조각상은 전시되지 않아 당시 국가수호의 핵심이 되었던 「왕권」과 국가운영의 「정신적 기반」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대고려전을 통해 모두에게 열려있었던 융합과 통합의 사회, 찬란했던 예술과 과학, 종교의 공존 등 여러 면에서 고려가 오백년의 긴 역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임을 여러 관람객들에게 알리게 된 것이 큰 선물이었다. 세계 여러 곳에 소장된 많은 고려 물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회였으나 가장 수효가 많다는 북한의 소장 물품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특별전을 주관한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