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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읽는 동화| 때까치와 참나무 (1) – 소민호 동화 작가

햇살이 새싹을 쏘옥쏙 뽑아 올렸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도 물방울 같은 잎눈들이 톡톡 소리를 냈습니다.
이어서 숲 속 여기저기에 연둣빛이 대롱거렸고, 산새들도 조심조심 날아다녔습니다.
그런 숲 속에 키가 유난히도 큰 참나무가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쭉쭉 뻗은 가지들이 힘차 보였습니다.
“여기가 좋겠어. 이 가지에 예쁜 집을 지읍시다.”, “참나무님이 싫어하면 어떻게 해요?”
이 숲이 처음인 듯한 때까치 두 마리가 참나무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면서 꽁지를 까닥였습니다. 나무에 구멍을 내는 딱따구리나 다람쥐와는 사뭇 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좋아요. 가지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집을 짓도록 하세요.” 지난 몇 년 동안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냈던 참나무였지만, 귀찮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참나무님, 감사합니다.” 때까치 부부는 휘파람을 불면서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을 모으고 몸에서 깃털을 뽑아 열심히 집을 지었습니다.
“이만하면 우리 아기들을 키우는 데는 문제없을 거야.” 아빠 때까치는 엄마 때까치의 헝클어진 깃을 쓸어 주었습니다. 참나무도 연둣빛 이파리가 달린 가지를 살살 흔들었습니다.
“멋진 솜씨군!”
혼자 중얼거리던 참나무는 부지런히 물을 빨아올려 잎을 더욱 무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엄마 때까치는 예쁜 알을 낳아 정성껏 품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한낮이었습니다. 때까치 부부는 도랑에서 맑은 물을 마시며 즐겁게 놀다가 돌아왔습니다.
“이게 뭐지?” 때까치 둥지에 다른 새의 깃털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참나무님, 우리 집에 누가 다녀갔습니까?” 제법 넓어진 잎을 늘어뜨리고 졸던 참나무는 깜짝 놀라 가지를 살랑 흔들었습니다.
“글쎄요, 깜박 졸았더니. 그사이에 누가 왔다 갔나?” 때까치는 알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품었습니다.
햇살이 점점 여름을 재촉했습니다. 참나무는 잎을 넓게 펼치고 따가운 햇살을 가려 주었습니다.
지나가던 산새들은 그런 때까치를 부러워했습니다. 아빠 때까치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날랐습니다. 엄마 때까치도 틈틈이 먹이를 찾아 들락거렸습니다. 참나무는 부지런한 때까치 부부가 한 식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혹시 침입자가 있을까 봐 잎으로 둥지를 가려 주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다람쥐나 산새들도 자주 놀다가 갔습니다.
“내년에는 우리도 여기서 살아야겠어.”
참나무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지나가는 바람을 붙들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자랑을 했습니다.
“좋지. 암, 좋고말고. 이제는 사는 것 같아!”
참나무는 싱글벙글 좋아했습니다. 딱따구리, 다람쥐, 산새 들이 둥치에 구멍을 파려고 할 때마다 쫓아냈던 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여보, 여보! 빨리 와 보세요. 우리 아기가 태어나려나 봐요!”, “벌써?” 아빠 때까치는 믿어지지 않는 듯 엄마 때까치의 배 밑을 부드러운 날개 끝으로 보듬어 보았습니다.
“아- 부리가 나왔네!” 아빠 때까치는 매우 기뻐하며 참나무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참나무는 가지마다 촘촘히 난 이파리를 모아 둥지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아빠 때까치는 신이 나서 지칠 줄도 모르고 엄마 때까치와 새끼에게 줄 먹이를 부지런히 물어 날랐습니다.
“다른 아기들도 빨리 태어나면 좋겠는데!”
아빠 때까치는 나머지 새끼들의 귀여운 모습도 빨리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부러 깰 수는 없었으니까요.
오랫동안 알을 품던 엄마 때까치는 파란 하늘을 훨훨 날아 보고 싶었습니다. 혼자서 고생하는 아빠 때까치를 도와주도 싶었습니다.
아빠 때까치는 엄마 때까치가 그냥 집에 있어 주기를 바랐지만 엄마 때까치의 건강도 걱정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때까치 부부는 도랑에서 목욕도 하고 맛있는 먹이도 배불리 먹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왔습니다. 참나무는 때까치 부부를 보고 가지를 부르르 떨었습니다. 참나무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엄마 때까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참, 참나무님, 왜 그러세요? 혹시?” 아빠 때까치도 꼬리를 쫑긋 세우며 두리번거렸습니다.
“아기 새가 몸부림을 치다가 그만!” 참나무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때까치 부부는 참나무 아래에 깨어진 알들을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슴을 치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숲 속 친구들도 같이 울었습니다.
“내, 저 녀석을!” 아빠 때까치가 뾰족한 부리로 새끼 새를 쪼려고 했습니다.
“앗! 안 돼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엄마 때까치는 아빠 때까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아빠 때까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가지 끝에 날아가 앉았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슬퍼만 하지 말고 쟤라도 잘 키우도록 하세요.” 참나무가 조심스럽게 때까치 부부를 위로했습니다.
한참이 지나자 화가 났던 아빠 때까치가 다가와서 부드러운 날개로 엄마 때까치의 등을 토닥였습니다.
“쟤도 우리 자식인데 어쩌겠소. 참나무님 말씀대로 하나라도 잘 키우도록 합시다.” 아빠 때까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깨진 알들을 자꾸만 내려다보았습니다.
밤이 까만 비단으로 숲을 덮었습니다. 작은 별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숲 속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소쩍둥 소쩍둥!”
멀리서 소쩍새의 슬픈 울음소리가 때까치 가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새근새근 잠든 새끼 새를 품은 때까치 부부는, 세상 구경을 못하고 깨어진 알들을 위해 기도를 하며 꿈나라로 갔습니다.
날이 밝자 다시 힘을 낸 때까치 부부는 맛있는 먹이를 새끼에게 주며 사랑도 함께 먹였습니다. 엄마·아빠의 사랑이 담긴 먹이를 먹은 새끼 새는 하루가 다르게 커서, 어느덧 엄마만큼 자랐습니다.
“이상하죠? 당신이나 나를 닮은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때까치 부부는 너무 커서 몸이 둥지 밖으로 비집고 나온 새끼 새가 듣지 못하도록 속삭였습니다. 옆에서 귀 기울이고 듣던 참나무도 울음소리가 다르더라고 말했습니다.
아빠 때까치는 불길했지만 날갯짓으로 그런 생각을 털어 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기인데 다른 마음을 먹으면 안 돼!” 때까치 부부는 힘차게 날아올라 먹이를 물어 날랐습니다. 때까치보다 몇 배나 몸이 큰 새끼 새는 비좁은 둥지 안 대신 나뭇가지에 앉아 먹이를 받아먹었습니다.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니 오늘은 가지에 꽂아 둔 먹이를 먹고 집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다른 날보다 일찍 눈을 뜬 참나무는 걱정이 되는지, 때까치 부부가 가지 사이에 틈틈이 모아 두었던 먹이를 가리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참나무 말대로 검은 구름이 천둥과 번개를 몰고 와 숲을 뒤흔들었습니다.
“뻐꾹뻐꾹 뻐뻐꾹!” 건너편 소나무 위에서 뻐꾸기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뻐꾸기 소리를 들은 새끼 새가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화들짝 놀란 때까치 부부는 하마터면 땅에 떨어질 뻔했습니다. 참나무도 가지를 옴츠렸습니다.
“아- 뻐꾸기 새끼였구나!”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며 시퍼런 번개가 번뜩였습니다. 숲은 온통 몸을 낮추고 숨을 죽였습니다. 다만 어미 뻐꾸기만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습니다.
어미 뻐꾸기 소리를 좇아 힘겹게 날아가던 새끼 새가 그만 땅에 떨어졌습니다. 여린 날개는 굵은 빗방울이 무거웠던 모양입니다.
“앗, 내 아기가!” 엄마 때까치는 빗줄기도 두려워하지 않고 새끼 새가 몸부림치는 땅으로 훌쩍 뛰어내렸습니다.
“뻐뻐뻐꾸 뻐꾸꾸구구….”
새끼 뻐꾸기는 엄마 때까치를 보고 소리쳤습니다.
엄마 때까치는 젖은 날개를 활짝 폈습니다. 아무리 넓게 펴도 자신보다 몸집이 큰 새끼 뻐꾸기를 감쌀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새끼 뻐꾸기는 엄마 때까치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엄마 때까치도 작은 날개로 새끼 뻐꾸기를 감싸 안았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내 새끼야!”
여름날 비에 젖은 숲 속에는 엄마 때까치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퍼져 나갔습니다.

(작가 소개)
소민호 선생은 지금까지 줄곧 어린이들의 꿈과 감성을 키우는 동화를 발표해온 작가이다.
1952년 합천군 대양면 회암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제3회 동화문학 신인상 동화부문 당선 후 부산문학상, 부산아동문학상, 이주홍 아동문학상, 한국해양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받았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 <꿈꾸는 콩돌이>, <형제 섬의 비밀>, <작은 솔씨의 고집>,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 <일곱빛깔 무지개>, <자맥질> 등이 있다.
합천이 낳은 아동문학가 향파 이주홍 선생의 맥을 잇는 대표적 동화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소민호 선생은 그동안 합천의 가야유적지 옥전고분군을 소재로 쓴 동화 <다라국 소년 더기>, 대야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해 싸운 신라의 죽죽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 <대야성 장수 죽죽> 등 지역의 역사와 설화를 기반으로 한 동화책을 발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