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봄철과 산불대비 – 권해조 논설위원
식목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4일, 오후 강원도 고성을 비롯한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일어나 큰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경기 파주, 경남 의령, 경북 포항, 충남 아산 등 전국 18개 지역에서도 불이 났다.
특히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의 산불은 속초시내까지 번져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525ha의 임야가 불타고 35명(사망1, 부상 34)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주택 등 건물 530여 채가 소실되고, 비닐하우스, 농경지 등의 피해도 많았다. 한밤중에 집과 공장, 농장, 병원, 학교, 군부대까지 덮친 화마(火魔)로 4,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인근체육관 등으로 긴급대피를 했으며, 전기와 통신, 교통까지 마비된 아수라장 속에서 피해주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물론 이번 산불사태에 재난주관방송의 늑장방송이 비난을 받았다. 산불이 오후7시 17분 발생하여, 9시 44분 최고 대응수준인 3단계까지 발령했는데도 10시 53분에 첫 방송보도를 한데다가, 작년 11월에 출범한 강원도의 ‘동해안 산불방지센터’의 자체인력과 장비가 부족하여 초등대응에 미흡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의 비교적 신속한 진화노력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소방청이 화재발생 1시간여 만에 수도권과 충북지역소방차 출동을 지시하는 등 군과 미군헬기를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지원이 확대되어 피해 규모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순식간에 출동한 900여대 소방차와 83대의 헬기, 3,250여명의 소방관들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는 불길과 용감히 싸웠다. 특히 산림청의 공중진화대원들은 불 갈퀴를 들고 깊은 산속에서 불길을 막았으며, 야간에 속초의 한 액화석유가스(LPG)충전소를 필사적으로 봉쇄하고, 화제현장 인근에 위치한 화약고에 보관중인 탄약을 신속히 옮겨 대형 사고를 막았다. 음식배달원들도 오토바이로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을 피신시켰고, 수학여행중인 버스에 불이 붙어도 침착한 대피조치로 참변을 막았다. 그리고 귀중한 생명과 재산이 파탄되는 아비규환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이웃 주민을 챙기는 주민들의 성숙한 대응은 우리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TV를 통해 이번 불로 폐사된 농장의 가축들, 양봉업자들의 벌통, 비닐하우스의 채소모종, 8년간 모은 3,000여권의 책이 소각된 도서관, 불타 없어진 공장들, 버려진 자동차들, 생후 12일된 갓난아기를 보듬고 있는 엄마, 평생 돈을 모아 마련한 집이 하룻밤에 잿더미가 되어 한숨짓는 노인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지난 18일 이번 고성 산불은 특고압선 전선이 끓어진 뒤 방전(放電)생긴 아크(arc)불티가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초속 30m의 양간지풍(襄杆之風 : 양양-간성사이 국지적 강풍)에 불똥이 도깨비불처럼 비화(飛火)되어 수백 미터까지 날아가 삽시간에 번졌다고 한다. 예부터 영동지역은 국지성 강풍으로 대형 산불이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성종 20년인 1489년 3월25일 양양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여 민가 205채와 낙산사 관음전이 소실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근래에도1996년 3,762ha를 태운 고성, 1998년 강릉 사천 301ha, 2000년 동해안 4개 시.군 23,138ha, 2004년 속초 청대산 180ha와 강릉 옥계 430ha, 2005년 양양 1,141ha 소실 같은 대형 산불이 있었고, 최근에도 2017년 삼척 765ha, 강릉252ha, 작년 2월 삼척 노곡 161ha, 도계 76ha, 3월 고성 간성 356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었다.
해마다 봄철이 되면 대형 산불이 연중행사처럼 일어난다. 봄에는 날씨도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 불이나기 쉽다. 그기에 등산객들의 담뱃불이나, 농촌에서는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논두렁을 태우고 한다. 자연재해를 미리 막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시기에는 모두가 특별히 불조심을 하고, 만일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관련기관들이 협조체제를 갖추어 효율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화재는 비교적 신속히 대응했으나 아직도 산불진화장비나 인력이 부족하여 초등대응에 미비점이 발견되었다. 대형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헬기와 전문 인력확충, 방재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전도 전기관련 시설물의 안전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산불로 설악산 관광객이 줄어들어 상인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정부는 이번 화재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때까지 임시거처와 구호물자 공급은 물론 모든 편의시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속한 치유와 원상복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번 산불에 목숨을 걸고 화마와 사투를 벌인 용감한 소방관들과 복구에 앞장서는 피해주민들과 공무원, 군인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