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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참는 것이다 – 공원석 전 합천중학교장

서울에서 명문대학교 세 개의 학과를 졸업한 내 죽마고우가 있습니다. 맨 먼저는 철학과를 졸업했고, 다음은 철학학문을 다지기 위해 수학과에 편입학해 졸업했습니다. 이러고 보니 세상사와 너무 멀어지는 것 같다면서 경제학과에 편입학하여 또 졸업했습니다. 철학 석사학위 취득 후 독일로 박사과정유학을 떠나려는 시점에 당시 동독사건이 발생하여 국내 어느 자동차회사 외자담당관으로 근무 중 공안사건(훗날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으로 수년간 옥고를 치루고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습니다. 그 때 나는 교감으로 승진하여 근무 중이었습니다.
그와 단둘만이 앉아 지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원석아! 너는 지금까지는 지(知)로서 교직생활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덕(德)으로 교직을 수행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합천으로 돌아오면서 덕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나 한 마디로 딱 부러지는 해답을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 후로 ‘이런 게 덕이겠지’하는 생각으로 직무수행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후 교육연수를 가는 기회가 있어 그와 만났습니다. 나는 그에게 “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는 “덕은 참는 거야.”이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나는‘참아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참는다는 것에는 기다리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참는다는 것은 소태를 씹는 것보다도 더 괴롭다는 것도 맛보았습니다. 더욱이 내 인격과 결부되는 모욕을 당할 때는 정말로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힘들지만 자고나면 마음이 평온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간혹 지인들로부터는“사람이 너무 참기만 하면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 받거나 가만히 있으면, 사람을‘가마니 떼기’로 취급 한다”는 평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어느 날 내 인격에 모욕적인 평을 심하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나를 성찰하면서 내가 나를 어느 정도 다스리고 있을까를 생각하다보니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불교에서는 세상말로 “도통한 스님으로 평을 받으려면 자기가 토한 음식을 다시 주워서 삼킬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고 먹었던 음식을 그릇에 토해냈습니다. 그것을 다시 먹어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토해낸 음식의 모양새며, 풍기는 고약한 냄새로 도저히 다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나는 내가 나를 다스리는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오늘 상대방과 다투지는 않지만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잔재하고 있음을 회개(悔改)했습니다. 이 날의 일은 “자기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이 남을 다스리기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을 곱 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