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희구일(喜懼日)과 구로일(劬勞日)
며칠 전 어느 팔순(八旬)잔치에 다녀왔다. 그분은 필자가 주(駐) 일본 대사관 근무시절부터 가까이 지내온 재일교민(在日僑民)이다. 고향이 울산의 언양(彦陽)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백형(伯兄) 밑으로 가서 사업을 배워 현재 도쿄에서 정착하고 있다. 그는 매년 한국에 두세 번 오는데, 올 때 마다 나와 만나곤 한다. 그분은 아들만 둘이 있는데 회갑연(回甲宴)과 고희연(古稀연)은 일본에서 했으나 팔순잔치는 아들의 권유로 한국에서 갖기로 하였다.
옛날에는 사람이 자신이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생일잔치를 크게 하였다. 특히 수명들이 짧았던지라 출생 1년을 넘기는 첫돌잔치를 크게 차렸다. 또한 자신의 나이가 출생년의 간지(干支)로 되돌리는 풍습으로 61세가 되는 해에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년에 십자(十字)자가 여섯 번과 일자(一字)로 구성되는 화자(華字)를 따서 화갑(華甲)이라 하여 큰 축복의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그다음 해인 62세 때에는 새로운 갑자(甲子)로 나간다고 하여 진갑(進甲)잔치도 하였다.
그러나 국민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오늘날에는 회갑연과 진갑연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반면에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에 이르기를 사람이 태어나서 70세가 되기는 예부터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하여 유래된 나이 70세의 고희연(古稀宴)부터, 77세의 희수연(喜壽宴), 80세의 팔순(八旬) 또는 산수연(傘壽宴), 파자(破字)하면 88(八十八)이 되는 88세의 미수연(米壽宴)은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의 돌잔치나 유년기의 생일은 부모가 해 주지만, 성년(成年)이 되어 결혼을 하면 부모(父母)님의 생일잔치는 자식들이 주관하고 있다.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부모지년(父母之年)은 불가부지야(不可不知也)니 일즉이희(一則以喜)요, 일즉이구(一則以懼)니라.” 하였다. 이는 부모의 나이는 알지 않으면 안 되니 늘 기억해야한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오래 사시는 것을 기뻐하고, 또 한편으로는 연로하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부모가 장수(長壽)하시는 것을 보면 기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슬퍼진다는 말이다. 이런 뜻에서 나온 연유인지 부모님 생신일(生辰日)을 기쁘고 두려운 「희구일(喜懼日)」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시경(詩經)’이나 조선 중중 때 박세무(朴世茂)가 쓴 ‘계몽편(啓蒙篇)’의 인편(人篇)에 보면, 생아자위부모(生我者爲父母)라하여 “나를 낳은 자는 부모이다” 따라서 나의 생일은 나를 나아 길러주신 부모님을 위로하고 답례를 하는 날로 생아구로일(生我劬勞日) 또는 「구로일(劬勞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앞으로 본인의 생일날에도 남으로부터 축하를 받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말고 부모님을 위로하고 감사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