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배 회장, “농민수당은 농촌을 살린다!”
<긴급인터뷰, 조정배 합천농민회장>

경남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위한 서명이 지난 7월 1일부터 한창이다. 합천도 7월 29일에 서명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합천군농민회(회장 조정배), 한국농업경연인합천연합회(회장 전삼환), 합천군여성농민회(회장 이춘선), 한국여성농업경영인합천연합회(회장 손상희)가 했다. 이에 8월 18일(일), 조정배 합천군농민회 회장을 만나 농민수당 도입 필요성에 대해 묻고 들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얘기다. -임임분 기자
▲자기소개를 해달라.
△1965년 산청 출신이고 진주에서 직장 다니다가 합천에 1996년에 와서 대양에서 뜻 맞는 이들과 함께 농사 지은 지 23년이 됐다. 막 합천군농민회 만들어질 때이기도 해서, 같이 활동했고 협동조합운동에도 관심 있어서 영농법인 만들어 활동해왔다. 합천군농민회 회장이고 합천로컬푸드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2000년부터 친환경농사로 전환했고 한살림 생산자조합원(합천 해가람공동체)이고, 현재 대목과 무곡의 하우스에서 토마토(완숙), 양배추, 양상추 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수당이 왜 필요한가?
△농민이 살아야 농민이 사는 농촌이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이를 위한 제도다. 산업화와 개방농정으로 농민이 농촌을 떠나 농촌이 소멸위기군으로 분류된다. 농업은 몰락 위기에 처해 있다. 농업과 농민이 제대로 가치 인정 받지 못한 탓이다. 농업 중심 지자체에선 가장 큰 문제이고,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제도라고 보면 된다.
▲농민수당 도입 논의가 나오면서 어떤 이들은 ‘농민들 보조금 많이 받던데 농민수당까지 받아야 하나?’라고 묻는다.
△농민수당은 보조금이 아니라, 직접지불금이다. 농산물 수익성이 떨어지니 농민에게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 보조금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이는 농업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더구나 농민이 받는 보조금이 많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른 산업이 받는 보조금이 더 엄청나게 많다. 규모 큰 일부 농민은 그럴 수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뻥튀기된 예도 많다. 그저 개수가 많을 뿐이고 이 보조금도 농민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농민도 혜택을 보지만 농기계, 농자재 등 농업 관련 산업을 위한 예산이라고 봐야 한다. 직접지불금으로 주지 않는 한, 농민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정부 보조금이 많아진 시기도 각종 FTA 체결과 연결된다. 정말 농민에게 유익한 보조금은 많지 않다. 실효성, 형평성이 떨어지는 보조금이 많다. 보조금 관련 정책도 정비해야 한다. 건별 보조금이고 중앙에서 내려온 사업이 많아 지자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되는 사업이 많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그렇다.
▲‘지속가능함’을 꼽는 농민수당은 뭔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온다.
△농민수당은 이 나라에서 농업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의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농민수당 은 어떤 점에선 자연발생적이기도 하다. ‘수당’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적합한 단어는 아니다.
농민수당은 하나 뿐인 지구의 지속가능함을 지킨다는 뜻에서 단순 식량확보 외 환경보전 관련 공익적인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런 공익성은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공기처럼, 손에 잡을 순 없으나 절대적 가치를 지닌 부분에 대한 인정, 그에 대한 지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노동자와 비교하면 그들의 월급항목에 있는 기본급 개념과 농민수당이 연결될까?
△직업 특성에 따른 수당, 농민에게 주는 나라의 월급이라고 돌려 말할 수 있다. 외국에선 농민에게 월급 주는 나라도 있으니까. 기본생활비 보장을 위한 예산이다. 유럽 영향을 많이 받은 제도라 한국형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번 농민수당 도입 흐름은, 한국의 농업정책 바꾸는 좋은 기회다. 농민수당 도입과 함께 농민들도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그래야 농민이 농사를 책임지니 보상해주는 농민수당이 되고 이미 외국에서는 그렇게 요구한다. 1년에 꼴랑 5만원 주면서 그런 요구를 하는 현실은 누가 봐도 무리지만 이 제도가 정착하면 달라진다. 단순히 돈 받는 사업이 아니어야 한다. 농민에게 국민의 먹을꺼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공공성으로 주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농민수당이다. 아직 틀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수당’이란 명칭도 뒤에는 개정해서 적합한 단어로 만들어야 하고. 농민에 대한 규정, 농업에 대한 규정도 그동안 한번도 공식화되지 않았으니 이 기회로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지속가능성, 이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이 있으면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람이 온다. 그러면 합천 같은 농촌지자체가 살아난다. 농민이 가난하니 지역 빵집에서 마음 편히 빵 사먹을 여건이 안되는 현실에 대해 지역사회가 귀기울여 주기 바란다. 그런 사회적 합의에 대한 바람이 있다.
▲‘복지과잉이다, 중복복지다, 고령화 된 농촌에서 결국 또다른 노인연금 받기다’라는 트집도 있다. 농민수당에 대한 맞춤형 설득논리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쉬운 주제는 아니다. 농민들부터도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제도의 꼴이 점점 나아져야 한다. 합천도 농촌인데 농업이 가치 없으니 개발주의자들 목소리만 높다. 농업을 가치 있게 만들면 합천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자체가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농업만으로도 할 일이 많다. 관광도 농업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지자체가 되어야 합천도 전통을 지키고 후손에게 이 땅을 곱게 물려줄 수 있다. 요즘 도시인들은 쉬러 농촌에 오려고 한다. 함안만 해도 곳곳이 공장이라, 미래 농촌의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없다. 합천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 농업중심 사업을 강조해야 합천도 산다는 생각에 힘을 싣기 위해서도 농민수당이 도입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도시의 화려한 삶만 원한다고 보면 안된다. 농사 지으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합천이 되어야 한다. 농민이 행복해야 합천이 살만한 곳이고 다음 농사를 짓는 힘을 줘야 합천도 미래가 있다. 모두 농촌에 오라는 얘기가 아니다. 5만 합천 인구 중 그 절반이라도 농사를 안정적으로 짓는다면, 합천은 더 이상 ‘소멸 위기군’이라는 오명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누가 농민이냐, 농민수당은 누가 받는냐 등 농민 규정도 새로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떤 사업이든 무임승차자가 있다. 무임승차자가 주가 되면 문제지만, 그를 걸러낼 장치만 만들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고, 농민 규정 사안이 어렵다고 농민수당 도입을 겁낼 수 없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기반으로 연결된 법 규정을 정비하면 된다. 우리 경남 조례안에도 관련 논쟁 대비 부칙으로 ‘새로운 농민 등록제를 2020년까지 만들자’라는 부분이 있다. 이후 과제로 보면 된다. 시작도 안했는데 이 사안으로 꼬투리 잡을 일은 아니다.
▲8월 17일 삼가장터에서 경남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첫 서명전을 했고 관련해 합천군 조례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합천은 마늘, 양파 가격하락 관련 대응하느라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늦게 시작했다. 지역 서명을 받아보면 대부분 호응이 좋다. 간혹, ‘농민만 주는 돈이네?’라는 반대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농민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서, 그 예산이 지역에서 순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 농민수당이 단지 ‘농민만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농촌지자체의 경제활성화와도 긴밀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즉, 농민이 받는 수당이 농민 뿐 아니라 지역화폐 형태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가는 돈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오히려 노인들이 받는 연금이나 수당이 외지로 나가는 돈이다. 모아서 자식한테 주거나 외지의 병원에 갈 때 목돈으로 쓰니까.
제로페이와 농민수당을 연동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충분히 가능한 고민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만들기 나름이니까. 도 5만원, 군 5만원으로 책정하면 도가 5만원을 군으로 몰아줘서 군에 10만원이 풀리는 방식이면, 지자체 경제에 숨통이 더 트이지 않을까? 농민수당이 농민만 살리는 제도가 아니라 농업과 농촌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끝)


